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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설마

곧이어 달려온 육재원이 다급하게 물었다. “자기야, 괜찮아?” “응, 괜찮아.” “다행이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육재원은 고개를 돌리더니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고유나 씨, 빨리 좀 내려오세요!” 곧이어 고유나가 도착하고 육재원은 바로 그녀를 몰아붙였다. “아까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그쪽이 우리 슬이 민 거죠?” “고글을 써서 앞이 잘 안 보여서요.” 입술을 깨물던 고유나가 윤슬에게 사과했다. “미안해요. 제 실수였어요.” “옆도 아니고 앞에 있는 사람을 못 봤다고요?” 육재원은 고유나의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더니 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 정도면 시력에 심각한 문제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제가 아는 안과라도 소개해 드릴까요?” “그만하십시오.” 가만히 듣고 있던 부시혁이 불쾌한 말투로 육재원을 저지했다. “제 덕분에 슬이도 안 다쳤고 유나도 사과했지 않습니까?” “사과요? 사과하면 다예요? 우리 자기는 초보라고요. 부 대표님이 그나마 양심이 있으셔서 그렇지 진짜 크게 다칠 뻔했다고요!” 육재원이 코웃음을 쳤다. “육재완 씨, 그만해요!” 고유나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반박했다. “정, 정말 제대로 못 보고 그런 거라고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제가 윤슬 씨한테 똑같이 당해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아, 좋은 방법이네요. 그럼 다시 올라가죠. 이번에는 우리 슬이가 그쪽을 밀고 내가 구하면 되겠네요?” “...” 그녀의 눈물 공격에도 끄덕하지 않는 육재원의 모습에 고유나는 자연스럽게 부시혁의 품에 기댔다. 한편, 윤슬은 고개를 들어 부시혁을 힐끗 바라보았다. 육재원의 말에 언짢은 듯 잔뜩 굳은 그의 표정에 윤슬이 육재원의 팔을 잡아당겼다. “됐어, 그만해. 가자.” “가긴 어딜 가!” 하지만 육재원은 이대로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6년 동안 부시혁 저 자식한테 당한 게 얼만데. 이렇게라도 갚아주고 싶었다. “슬아, 너 이제 부시혁 대표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런데 왜 바보같이 전 남편 여자친구한테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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