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다음 날, 부시혁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이혼 서류가 놓여 있었다. 부시혁은 이혼 서류를 보다가 휴지통에 버렸다. 이때, 장 비서가 들어와 말했다. “삼성 그룹 회장님께 전화 왔습니다.” ‘고유나 아버지?’ 부시혁이 마음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네, 아버님.” 전화기 너머로 허스키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혁아, 요 며칠 유나가 너희 집에서 지내면서 말썽 안 피우지? 내가 요즘 갈 시간이 없어서 너희 어머니께서 보살펴주고 계시는데, 유나가 날 원망할까 걱정되네.” 부시혁이 침착하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요즘 유나 몸도 건강해지고, 저희 어머니께서 옆에서 잘 보살피고 있어요." “아, 그럼 됐다.“ 고도식이 부시혁을 떠보며 말했다. “유나 교통사고가 네 전처랑 관련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 어제 유나 엄마가 유나 보러 가서 물어봤는데 계속 피하면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시혁아, 너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아니?” 부시혁은 표정이 굳어지며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시혁아, 듣고 있니?” 잠시 후, 부시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교통사고... 윤슬이랑 관련 있어요.” 고도식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유나는 귀하게 자란 딸이야. 6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나랑 유나 엄마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어. 유나가 깨어나자마자 너를 봤다는 것은 그만큼 너를 많이 사랑한다는 거야. 네 전처랑 유나 중에 누가 더 중요한지는 네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부시혁은 두 눈을 감으며 말했다. “네.” 고도식은 부시혁의 대답에 만족했다. “시혁아, 유나를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라고 너라고 믿어.” 부시혁은 전화를 끊고 혼자 중얼거렸다. 잠시 후, 부시혁은 장 비서를 불렀다. “장 비서가 처리할 일이 있어요.” ...... 윤슬은 유신우와 육재원과 함께 천강 그룹 본사에서 나왔다. 육재원은 유신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아까 진짜 멋있었어. 너희 그 늙인이들 새하얗게 질린 표정 못 봤지? 역시 신우한테는 다 생각이 있었어. 하하.” 윤슬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사람들은 6년 전에 자금 절도 사건으로 나한테 불만이 많아서 내가 새로운 주주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하지만 신우 방법이 효과가 좋아서 그 사람들이 아무 말 못 하게 했지.” 윤슬은 유신우와 외할아버지가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천강 그룹의 일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유신우는 지금 모델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윤슬은 외할아버지가 처분한 주식 51%로 천강 그룹에 자리 잡고 6년 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것이다. 고가 집안에 대해서... 하지만 윤슬은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너도 이제 신분이 있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이 무시 못 하게 옷에 신경 좀 써야지. 우리 옷이랑 주얼리 좀 보러 가자.” 세 사람은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에는 명품 의류와 주얼리들이 가득한 부잣집 여자들의 천국이었다. 세 사람은 기분 좋게 백화점에 들어가자 누군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서 이 나쁜 년아!” 익숙한 말투였다. 윤슬은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뒤를 돌아보자 왕수란이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윤슬을 노려보고 있었다. 왕수란은 부들부들 떨며 윤슬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이 천한 년! 바람피우고 내 아들 돈까지 가져가서 이 남자들이랑 백화점을 와? 너 정말 역겹다!” 유신우가 화난 표정으로 윤슬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말 조심하세요.” 왕수란은 두 눈을 번득이며 큰소리를 치자 사람들이 모두 몰려들었다. “다들 여기 좀 보세요! 이 계집애가 염치 없이 내 아들이 피땀 흘려 힘들게 번 돈으로 다른 남자들이랑 바람이 났어요! 여자 한 명이 남자 두 명이랑! 그야말로 정말 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