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화 도발

유신우는 성준영에게 예의 있게 인사를 한 후 윤슬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재원이 형이 누나 춤 배웠다던데 저도 좀 알려줄래요?” 윤슬이 기분 좋게 말했다. “그래, 좋아.” 윤슬과 유신우는 손을 잡고 무대로 향했다. 성준영은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며 혼잣말을 했다. “저 녀석도 만만치 않은 상대군.” 유신우는 모델 출신이라 춤을 금방 배웠다. 이미 DJ에게 조명을 바꿔달라고 부탁한 후 두 사람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다정하게 춤을 췄다. 육재원는 무대 아래에서 휘파람을 불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윤슬은 춤을 춘지 너무 오래된 탓인지 발을 헛디디며 넘어졌다. 유신우가 재빠르게 윤슬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 유신우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윤슬에게 전해졌다. 두 사람의 거리는 그만큼 가까웠다. 그때, 부시혁이 들어와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온화하고 단아했던 윤슬이 다른 남자 품에 안겨있으니 매혹적이며 섹시해 보였다. “......” 순식간에 부시혁의 표정은 무섭게 얼어붙었다. 유신우가 윤슬에게 귓속말을 했다. “누나, 부시혁 왔어요.” 윤슬은 이미 맞은편에 있는 거울로 부시혁을 봤지만 못 본 척 웃으며 머리카락을 넘겼다. “배고픈데 뭐 좀 먹자.” 유신우와 윤슬이 무대에서 내려와 부시혁 옆을 지나쳐갔다. 그때, 유신우는 잠시 멈춰 부시혁을 쳐다봤다. 부시혁은 유신우가 자신에게 도발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윤슬! 거기 서!” 윤슬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 미소를 지었다. “부시혁씨가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요? 저는 초대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부시혁은 반감의 눈빛으로 유신우를 쳐다봤다. 윤슬의 말대로 부시혁은 초대받은 적이 없다. “우리 이혼 기사가 인터넷에 도배가 됐는데, 너는 상관없겠지만 우리 집안 체면을 생각해서 조심 좀 해줘.” 윤슬은 부시혁의 말이 가소로운 듯 웃었다. “저한테 훈계할 입장은 아니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누구랑 같이 있던지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다 네 잘못이야. 내가 참견 안 하려고 했는데, 네가 일을 이렇게 크게 벌려놔서 할머니까지 다 알게 됐어.” 부시혁은 어두운 얼굴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윤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할머니 오셨어요?” “어. 할머니가 너 보고 싶다고 하셨어.” 부시혁이 뒤에 있던 유신우를 힐끗 보며 말했다. “저 남자랑 데이트하느라 바쁘면 안 가도 돼.” 부시혁은 말을 끝내고 그대로 뒤돌아 떠나자 윤슬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고민을 한 후 부시혁의 뒤따라가려고 했다. “누나.” 유신우가 따라오려고 하자 윤슬이 안심시키며 말했다. “걱정 마. 나 괜찮아.” 하지만 유신우는 걱정되는 눈빛으로 멀어지는 윤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때, 유신우는 모퉁이에 있던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성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모퉁이에서 나오더니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게... 마침 밖에서 담배 피우고 있다가 하는 말을 다 들었어요.” 유신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성준영을 무시했다. 성준영은 유신우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 우스워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윤슬 좋아하죠? 걱정 마세요. 당신 여자 뺏을 생각 없어요.” 유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성준영을 훑여보며 말했다. “밖에 바람이 차니까 일찍 들어가세요.” 성준영은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