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장
인간의 본질은 호기심이라는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당시 서정희가 창창한 미래를 두고 비밀 결혼을 했었고, 벌써 몇 년이나 지나 상대는 A대학의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임성결같이 세속적이지 않은 선배가 유난히 서정희에게는 친근한 모습은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염정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강렬한 압박감은 끊임없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다.
젓가락을 내려놓은 서정희는 우아하게 입을 닦으며 말했다.
“그렇게 궁금해?”
“그래그래, 정희야. 그만 뜸뜰여. 내 친구는 죽기 전에 나한테 나중에 원피스 결말이랑 네 비밀 결혼 상대에 대해 꼭 태워 보내달라고 부탁까지 했었단 말이야.”
“맞아, 맞아. 내 친구도 궁금해하더라.”
서정희는 주변을 둘러본 뒤 입꼬리를 올려 환하게 웃었다.
“내 결혼 상대는…”
거기까지 말한 그녀의 시선이 염정훈의 얼굴에 잠깐 머물렀다.
잘생긴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어 조금의 감정 요동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왼손 손아귀 쪽만 천천히 매만지고 있었다.
그와 몇 년을 함께 한 서정희는 그것이 그거 보내는 위험 신호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염정훈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는 걸 싫어하고 있었다.
서정희는 저려오는 가슴은 무시한 채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비밀 결혼 상대라고 하기보다는, 전남편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
내내 입을 열지 않던 백지연이 갑자기 물었다.
“아하? 그럼 전남편이 누구에요?”
백지연은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딱 봐도 구경거리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정희는 화제를 돌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백지연 씨도 몰라요?”
백지연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양윤범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정희야, 너 이혼했어?”
“응, 이혼했어. 정확히 말해서는 사별이지. 내 남편, 얼마 전에 죽었어.”
긴장된 분위기에 술잔을 들어 이제 막 한 입 마신 전아영은 서정희의 말에 순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술을 뿜고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야 올라가는 입꼬리를 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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