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장
염정훈은 그녀의 치사한 거짓말을 들추지 않고 식탁 옆에 서서 말했다.
“손 씻고 와. 밥 먹자.”
따스한 조명이 그의 몸 위에 떨어졌다. 딱딱한 정장과 가죽 구두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캐시미어 니트를 걸친 그는 어딘가 부드러워져 있었다. 언제나 차갑던 얼굴마저도 훨씬 유해 보였다.
삼 년 전 그녀가 그에게 사줬었던 앞치마도 여전히 허리에 둘려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서정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달려갔다. 그녀가 전에 좋아하던 매운 음식들이 식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만약 그가 장미란 아주머니가 최근 그녀에게 해주는 음식을 주의 깊게 지켜봤더라면 그녀의 입맛이 변했다는 사실쯤이야 쉽게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과거처럼 생활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쓰고 있었지만, 사실은 두 사람도 알고 있었다. 이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걸. 멀쩡한 것처럼 보이는 이 생활이 사실은 얼마나 역겹고 상처 가득한 현실인지를.
많은 일들은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끝나버린다. 그의 사랑처럼. 답안 따위는 없었다. 침묵과 소원해진 태도가 결국 답이었으니.
비록 지금 그녀의 위는 더 이상 맵고 기름진 음식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2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마주하게 된 이 식탁에 그녀는 불편한 몸을 억지로 참으며 음식을 꾸역꾸역 삼켰다.
한 사람의 생명에 디스카운트가 시작되면 그 사람은 자신이 먹는 매 하나의 끼니를 각별히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한 끼를 먹으면 한 끼가 줄어드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필경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기에 염정훈은 그녀가 정말 즐거워하는지 아니면 즐거운 척하는 것쯤이야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그녀가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아냈고 혹시 2년 동안 요리를 하지 않아 솜씨가 녹슨 건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내 조용하던 염정훈이 침묵을 깼다.
“반찬이 입에 안 맞아?”
“아냐. 맛있어. 솜씨 여전하네. 그저 우리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마주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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