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장

며칠 동안 그녀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를 임성결이 알 리 없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보다 삶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했던 그녀는 그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삶에 대한 욕망도 죽음에 대한 동경도 없는 텅 비어버린 눈동자는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작은 물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 팔 다친 거, 그 사람 때문이야?” “그런 거 아니에요.” 서정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래도 그 사람이랑 상관있는 거지? 내가 아는 똑똑한 후배는 이렇게 나약하지 않았어.” 임성결의 매끈한 이마가 와락 구겨졌다. 그는 창밖에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탄식 섞인 충고를 했다. “그해 겨울엔 그 사람이 너를 정말 사랑했을지도 모르지만, 올해 겨울은 아니야. 그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을 선택했고, 나는 네가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의 눈에 그녀는 그저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어리석은 여자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녀와 염정훈 사이에 사랑과 원한이 얼마나 깊은지는 두 사람밖에 모르는 일이었다. 서정희는 염정훈이 그녀를 사랑했던 사실이 이미 과거의 일로 되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설사 그가 그녀에 대한 복수를 멈춘다고 하더라도 염화진의 죽음은 그의 심장에 박힌 날카로운 가시와도 같아 그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몸부림쳐야 했다. 그는 이미 백지연과 결혼을 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그녀가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다해 꼬여버린 매듭을 푼다면 언젠가 서제평이 깨어난대도 염정훈은 더 이상 그를 난처하게 하지 않겠지. 서로에게 좋은 결정이었다. 임성결은 그녀를 다시 보았을 때 전에 있던 나약함은 사라지고 보기 드문 결연함이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미 마음 굳힌 거라면 나도 할 말 없지만, 정희야, 너도 케모포트를 꺼내게 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잘 알잖아. 후회하지 않겠어?” 임성결이 탄식하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후회라... 임성결이 그녀에게 이따금 후회하지 않겠냐는 물음을 묻곤 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서정희는 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