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장
처음에는 염정훈도 어느 겁대가리 없는 납치범 소행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범인이 그의 원수일까봐 점점 두려워졌다.
어느 날 갑자기 문 앞에 놓인 박스 안에 그들의 시체나 몸 어느 한 부위가 들어있을까봐 두려웠다.
지금은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격이었다. 던져도 아무런 메아리도 들려오지 않을 뿐더러 물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지금껏 인내심과 이성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왔던 염정훈도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무너져갔다. 잠에 들기도 무서웠다. 눈을 감으면 전에 겪었던 잔인한 일들이 정희와 정한으로 겹쳐 보였다.
일곱째 날, 염정훈도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며칠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며 CCTV를 보고 또 보느라 눈이 충혈되었다. 여기저기 풀어둔 사람들에게서도 쓸모 있는 정보를 들을 수 가 없었다.
정월 초 이튿날 아침, 진영은 욕실에 쓰러져 있는 염정훈을 발견하고 급히 의사를 불렀다.
그 시각 누구도 서정희가 염정한을 데리고 조용히 A시로 돌아온 줄은 몰랐다.
염정한은 서정희가 자신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놀러 온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번에 A시로 돌아온 게 이별을 의미한다는 것을 몰랐다.
이틀 간 A시에는 큰 눈이 내려 나뭇가지에는 눈이 가득 쌓였다. 서정희는 의자 위에 눈으로 토끼를 만들어 놓았다. 염정한은 이를 보고 방긋방긋 웃었다.
아이는 정말로 귀여웠다. 서정희는 정한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정희는 아쉬운 듯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한아, 이모 이젠 너랑 작별인사 해야 돼. 착하지. 집에 가서 엄마 찾아야지. 말 잘 듣고 무럭무럭 잘 자라렴.”
염정한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서정희는 얼른 아이의 손에 풍선을쥐어주었다. 아이는 풍선에 눈길이 갔다.
그 사이 정희는 아이를 두고 재빨리 자리를 떴다. 염정한은 그녀가 떠난 것을 느꼈는지 풍선도 버리고 “엄마, 엄마…”라고 끊임없이 부르면서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얼마 못 가 눈길에 심하게 넘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눈길에서 힘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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