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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장

정원정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했다. 분명 고양이의 뒷일을 부탁하는건데, 서정희의 표정을 보면 마치 자신의 뒷일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정희 누나, 알겠어요." "정원에서 가장 큰 저 나무로 해. 겨울만 되면 매화꽃으로 만발하여 꽃향기가 풍길 거잖아. 난 나무 아래에서 기다릴게." 서정희의 말을 들으면 기다리는 주체가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누나도 시간 있으면 보러 와요." 서정희는 보석이 박힌 피어싱을 벗어 정원정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오늘 급하게 나오느라 아무 것도 못 챙겼어. 이거라도 모찌에게 전해줘. 어릴 때부터 반짝거리는 장난감을 유독 좋아했어." "……알겠어요. 누나가 찾아오기 불편하면 제가 누나가 있는 곳으로 모찌를 데리고 갈게요. 모찌도 누나를 보면 엄청 좋아할 거예요." "괜찮아." 서정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때 염정훈이 서정희를 찾아왔다. 그러자 정원정이 서정희를 끌고 감판으로 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사람 모두 흰 옷차림인데다가 눈꽃까지 흩날리니, 뒷모습은 그야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었다. 그 뒷모습을 보자 염정훈은 몇 년 전, 서정희가 자신의 머리를 끌어 내리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매일마다 똑같이 머리를 올리면 재미가 없잖아. 가끔 머리를 내리면 훨씬 젊어 보여." 염정훈은 갑자기 진영에게 물었다. "나, 늙었지?" 진영은 젊은 에너지를 뽑고 있는 정원정을 힐끔 쳐다 보더니 답했다. "대표님은 성숙미죠. 어린 애들한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죠."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늙었다고 생각해." 진영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대표님의 질투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런 생각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올해 스물일곱밖에 안 되셨고, 가장 건장한 나이시잖아요. 사모님이 좋아하는 건 대표님처럼 성숙한 남성이에요. 여자들은 무조건 대표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죠." 진영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젊은 여성 두 명이 지나가면서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한테 부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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