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장
어차피 그녀도 급하지는 않았다.
거실로 나오자 이렇듯 넓은 거실에 허정운 혼자 소파에 앉은 채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수현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지진성은 허정운에게 빌붙지 못해서 안달이면서 이럴 때 어디로 갔지?’
"방금 어디 갔었어?"
허정운이 입을 열자 거실 안에 싸늘한 기운이 내려앉았다.
조금 전 정원에서 지수현이 한 말들을 듣게 된 그는 가슴속에 울화가 치밀었으나, 지수현이 자기에게 찾아와 사과하기를 기다려 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자, 허정운의 분노도 점점 더 많이 쌓여갔다.
지수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의 맞은편에 다가가 앉았다.
"우리 할머니랑 얘기 나누러 갔었어. 지씨 가문 사람들은?”
"몰라. 너, 방금 정원에서 한 말들을 내게 설명해 줘야 하지 않아?"
고개를 든 지수현은 허정운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는데, 아직도 화가 난 듯 그의 눈동자에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
"나는, 내가 방금 한 말이 알아듣기 매우 쉽다고 생각하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
"지수현!"
허정운이 정말 화난 것을 본 지수현은 입술을 앙다물더니 말했다.
"오늘은 여기 밥 먹으러 왔으니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허정운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나랑 싸우고 싶지 않다면 내가 듣기 싫어하는 그런 말들은 더 이상 하지 마!"
"알았어."
‘앞으로는 그냥 얘가 들을 수 없는 곳에서 말하면 되지.’
두 사람은 침묵한 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진성이 값이 꽤 나가는 와인 한 병을 들고 거실로 들어오더니 허정운의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허 대표님, 제가 술 창고에 가서 제가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해온 샤토 라피트 로쉴드를 꺼내왔어요. 오늘 저녁에 제 체면을 봐서 한잔합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진성은 허정운의 장인이니 비위를 맞추더라도 허정운이 지진성의 비위를 맞추어야 했었다.
그런데 허정운은 아내인 그녀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고, 지씨 가문은 또 한샘 그룹에 의지해야 하니 지금의 이런 장면을 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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