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싸늘하게 말했다.
"너는 지연정이 말게 되는 게 두렵지 않아?"
허정운이 차가운 눈빛으로 지수현을 바라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너랑은 상관없잖아? 너는 그저 되는지 안 되는지 내 말에 대답하기만 하면 돼."
지수현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싫어!"
허정운이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
"너도 그렇게 이혼하고 싶은 것은 아닌 것 같네."
지수현은 이미 마음을 가라앉힌 상태라 담담한 표정으로 허정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굳이 이런 방법으로 이혼할 필요가 없어. 너도 이혼하는 것에 동하게 될 거야.”
그녀의 확신하는 듯한 눈빛에 허정운은 짜증스러운 마음이 들어 차갑게 말했다.
"꺼져!"
지수현은 몸을 돌려 곧바로 자리를 떴다. 그녀가 침실을 나서고 나서야 뒤쪽에서 느껴지던 차가운 시선이 사라졌다.
곧 지씨 가문 어르신의 생일날이 다가왔다. 이른 아침에 지씨 가문 어르신이 지진성에게 연락했다.
"오늘 허 대표가 꼭 오는 거지?"
비록 허정운은 지수현의 남편이지만 지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감히 그를 홀대하지 못했다. 어쨌든 지씨 가문의 많은 계약이 모두 상대가 허정운의 체면을 봐서 체결한 것이니 말이다.
만약 오늘 지씨 가문 어르신의 생일파티에 허정운이 참가한다면, 지씨 가문의 체면이 세게 될 것이다.
아침을 먹고 있던 지진성이 그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설령 수현이가 허 대표를 데려오지 못하더라도 연정이가 있잖아요?”
"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그걸 깜박할 뻔했다. 그래, 그럼 이만 끊을게."
전화를 끊은 지진성이 지연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 대표에게 전화해서 오늘 네 할아버지의 생일파티에 꼭 참가하라고 해라."
지연정은 지진성과 지씨 가문 어르신이 너무 긴장하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뭐 하러 또 연락해요? 정운 오빠가 저랑 약속했으니 꼭 올 거예요. 또 연락하면 마치 우리 지씨 가문이 다른 속셈을 품은 것 같잖아요!"
그 말을 들은 지진성도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럼, 이따가 허 대표가 도착하면 곧바로 네 할아버지께 인사드리러 데려가는 걸 잊지 마."
"알았어요. 저는 머리 하고 드레스 사러 가야 해서 이만 가볼게요.”
한 시간 뒤, 용강시에서 가장 큰 백화점 안.
지연정과 백설아가 백화점 안을 돌아다니면서 잡담을 나눴다. 백설아는 지연정의 가장 친한 친구로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설아야, 너 이번에 온 김에 여기 남는 거지?”
백설아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국 쪽 사업은 이미 인계인수를 마쳤으니 앞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용강시에 남게 될 거야.”
지연정이 놀리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용강시로 돌아온 목적이 전이경 씨 때문이지?”
예전에 백설아랑 전이경이 사귄 적이 있는데, 나중에 백설아가 사업 때문에 출국하게 되면서 전이경이랑 헤어지게 되었다. 전이경은 그 뒤로 새로운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없으며 모두가 전이경이 백설아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백설아가 수줍은 얼굴로 지연정은 노려보며 말했다.
"헛소리 하지 마. 나는 단지 용강시가 집에서 가까우니 부모님을 자주 뵐 수 있어서 남은 것뿐이야."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본 지연정도 더는 그녀를 놀리지 않고,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저녁에 전이경 씨도 우리 할아버지의 생일파티에 참석할 거야. 그때 내가 그랑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어 주마."
백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나랑 그 사람은 아직 풀지 못한 오해가 좀 있으니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 그럼, 무슨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내게 말해."
"응. 참, 네게 말해주고 싶은 게 있어."
"뭔데?"
백설아가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하나를 클릭해 지연정의 눈앞에 들이밀면서 말했다.
"이건 내가 막 귀국하던 날, 에로스에서 보게 된 거야. 요즘 계속 네게 알려줄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어."
영상 속의 허정운과 지수현이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지연정은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점점 차갑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