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6장

고개를 숙인 강수영이 자신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대표님, 아직 조사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지수현 씨가 저택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감시카메라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조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계속 조사해!" 강수영이 나간 뒤, 허정운은 마음이 더욱 초조해져 손에 든 서류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 밤이 되자 지수현이 성북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이미 새벽 열두 시가 넘었다. 그녀는 겨우 몸을 지탱한 채 문을 열었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으로 그대로 쓸어졌다. 문득 팔 한쪽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지수현이 눈을 뜨고 누군지 확인하려 했으나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뜰 수가 없었다. 그녀가 완전히 의식을 잃기 전에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잠에서 깨어난 지수현은 자신의 몸에 나 있던 상처가 이미 다 치료돼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잠옷을 걸치고는 겨우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갔다. 아래층에 도착하고 보니 온몸에 식은땀이 가득 나 있었다. 주방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은 그녀가 막 다가가려던 순간, 시승훈이 주방에서 닭고기 수프 한 그릇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지수현을 발견한 그가 깜짝 놀란 눈빛을 하더니 얼른 손에 든 수프를 내려놓고 빠른 걸음으로 지수현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의사가 조용히 휴식하라고 했어….” 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비수 하나가 그의 목에 겨눠졌다. "네가 왜 여기 있지?" 지수현의 목소리는 평소의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르게 매우 차가웠다. 그녀는 지난번에 이미 시승훈에게 다시는 오지 말라고 말했었다. ‘내가 어젯밤에 다쳤는데 이자가 여기에 나타나다니. 너무 공교롭잖아.’ 시승훈이 흠칫 놀라더니 곧바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여기에 두고 간 대본이 있어서 찾으러 왔다가 네가 쓰러지는 것을 보게 되었어. 너를 부축해 주고 보니 네가 다친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의사를 불러와 네 상처를 치료해 주었어." 지수현이 그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으니, 시승훈이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내가 정말 너를 해치려 했다면, 네가 지금 살아있을 리 없잖아?” 잠시 침묵하던 지수현이 마침내 손에 든 비수를 내려놓고 시승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방금 오해해서 미안해." 시승훈이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을 테니. 네게 의사도 불러준 것도 입 다물고 있을게." "응." 그녀가 마침내 경계를 푸는 것을 본 시승훈이 닭고기 수프를 그녀 앞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네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몸보신을 해야 하니, 먼저 닭고기 수프를 좀 마셔.” “고마워.” 지수현이 고개를 숙이고 수프를 마실 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문 쪽으로 다가간 시승훈은 문밖의 사람이 허정운인 것을 보고는 눈동자를 번뜩이며 곧바로 문을 열었다. "허 대표님, 수현이는...." 그는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허정운의 손에 한쪽으로 홱 밀려났다. 키가 큰 허정훈이 곧바로 안으로 들어왔다. 지수현이 잠옷을 입은 채 식탁 앞에 앉아 닭고기 수프를 마시는 것을 본 허정운이 차가운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지수현, 실종된 요 며칠 줄곧 이 녀석과 함께 있었어?" 지수현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시승훈이 입을 열었다. "허 대표님, 오해하지 마세요. 수현이는...." 그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허정운이 차갑게 그의 말을 끊었다. "내가 너랑 얘기했어? 아니면 지수현이 벙어리라 네가 대신 말해줘야 해?" 시승훈의 얼굴이 살짝 굳어버렸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신은 수현의 남편이면서, 수현이 요 며칠..." "시승훈!" 지수현이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차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돌봐줘서 고마워. 너는 일단 돌아가 봐. 내가 다음에 밥 한번 살게.” 시승훈이 실망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럼 푹 쉬어." 시승훈은 대본을 챙긴 뒤 자리를 떴다. 거실에 지수현과 허정운만 남게 되자 질식할 듯 무거운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았다. 지수현이 천연덕스럽게 닭고기 수프를 마시는 것을 본 허정운이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내게 뭐라고 설명이라도 좀 해야 하지 않아?" 지수현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텔레비전 앞에 놓여있는 서랍 앞으로 다가가 카드 한 장을 꺼내와 식탁 위에 내려놓고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카드 안에 100억 원이 들어있으니 내일 나랑 이혼하러 가자." "지수현!" 허정운이 두 눈에서 불을 뿜을 듯 그녀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차갑게 말했다. "너랑 시승훈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가 붙잡은 탓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지수현이 시선을 들어 올려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본 그대로야. 내가 100억 원도 준비해 뒀으니 이혼해 줄 거지?" 허정운이 싸늘한 눈빛으로 차갑게 비웃더니 말했다. "이 100억 원은 네가 요 며칠 그와 함께 한 보수야? 시승훈은 정말 통도 크네. 네가 이만한 값어치가 있다니?" 그의 눈빛에 서린 조롱기와 경멸감을 보게 된 지수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 돈이 어디서 났는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 잊지 마. 내가 네게 이 돈을 주기만 한다면 나랑 이혼해 줄 것이라고 네가 예전에 말했잖아!" 허정운은 은행카드를 식탁 위에 내던지더니 지수현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몸으로 바꿔온 돈은 너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너무 더러워서 싫어!" 지수현은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지금 약속을 안 지키겠다는 거야?" "규칙은 내가 정해. 나는 이 돈을 받지 않을 거고 이혼하지도 않을 거야!” 지수현은 그의 얼굴에 서린 노기를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코웃음 쳤다. "허정운, 네 마음이 그렇게 넓은 줄은 정말 몰랐어. 내가 시승훈과 잤다고 생각하면서도 설마 이혼하려 하지 않다니. 정말 대단해!" 허정운이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나를 배신했는데, 내가 왜 너를 마음 편하게 해줘야 하지?" "네 마음대로 해. 나는 돈을 이미 줬으나 안 받은 건 너야. 그러니 네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으면 나는 이혼소송을 할 거야!" "어디 한번 해봐. 누가 감히 네 이혼소송을 받아주나 보게.” 말을 마친 허정운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지수현은 이미 오래 버틴 터라 몸이 한계에 다다라 의자에 주저앉았다. 다친 복부 쪽에서 이미 은은하게 피가 배어 나왔다. 지수현은 며칠 동안 성북의 저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렸고, 몸이 조금 좋아진 뒤에야 출근했다. 출근 첫날부터 양건덕이 회의에서 그녀에게 비아냥댔다. "지 대표님, 백 사장님을 화나서 한 뒤로 며칠 동안 잠적하시다니, 정말 대표로서의 책임감이 있는지 합니까!" 지수현은 코웃음 치더니 서류를 책상 위에 집어 던지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양건덕을 바라보았다. "나도 양 사장에게 물어보고 싶군요. 백 사장이 색욕에 눈이 먼 소인배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더러 이 계약 건을 책임지라고 한 저의가 뭐예요?” 양건덕은 지수현이 바로 사실을 까밝힐 줄은 몰랐기에 깜짝 놀라 굳어버리더니 조금 뒤 이를 악물고 말했다. "백 사장님은 우리 회사의 큰 고객이에요. 계약만 성공할 수 있다면 어떤 희생을 못하겠습니까? 지 대표님은 희생정신도 없으니 우리가 지 대표님의 뭘 믿고 이 회사를 맡기겠습니까?" 지수현도 그를 상대하기 귀찮아서 싸늘하게 말했다. "양 사장이 희생정신이 매우 강한 듯하니, 직접 가서 백상엽과 잠자리를 같이 하고 계약을 체결하세요. 그러면 제가 잘 칭찬해 드리죠!” 양건덕은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책상을 탁 내리치고는 화를 oau 자리를 떴다. 지수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회의를 계속하죠!" 회의가 끝난 뒤 지수현이 신건우를 단독으로 남겼다. 신건우는 마음속으로는 조금 불안했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대표님, 저한테 무슨 할 말이 있으세요?" 지수현은 웃으면서 신건우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 그저 신 사장에게 줄을 잘 서라고 귀띔해 주고 싶었어요. 까딱 잘못해서 마지막에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신건우는 신설리의 작은아버지였다. 만약 삼 년 전 신설리의 아버지인 신건영이 신건우에게 돈을 빌려 도박을 하지 않았다면, 신설리도 MY 지분 10%를 신건우에게 넘기지 않았을 것이며 신건우가 MY의 주주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얌전히 주주 노릇만 한다면 상관없으나, 혹시라도 뒤에서 뭔가 일을 꾸민다면 지수현도 그들을 한 사람씩 모조리 제거할 생각이었다. 이 말을 들은 신건우가 얼굴에 여전히 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 "지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아무 곳에나 줄을 서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자리만 잘 지키고 있어요!” "그 말을 지키기를 바라죠.” 지수현은 저녁에 저택에 돌아오자마자 허정운이 저택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린 채 허정운을 무시하고 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녀가 그의 곁을 지나칠 때 그만 그에게 손목을 붙잡혔다. "지수현, 나랑 집에 돌아가자!"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