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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7화

소희는 어린 시절의 서인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삼각주에서 함께 지냈던 그 시절, 서인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그렇게 무기력하지도 않았고, 이처럼 부정적인 기운에 휩싸여 있지도 않았다. 말수가 적다는 점은 같았지만, 그때의 서인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의 서인이 임유진을 만났다면, 분명 그런 복잡한 집안과 신분 문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유진을 깊이 사랑하고, 망설임 없이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임무가 실패한 순간부터, 서인은 변했다. 서인은 과거의 어둠 속에 스스로를 가둬 버렸다. 빛을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행복을 허락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을 밀어내고, 스스로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소희는 서인을 이해했기에 그래서 안타까웠다. 서인은 말하는 것처럼 유진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 감정을 직시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 구택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어깨뼈를 감싸 쥔 채, 천천히 얼굴을 숙여 소희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만 생각해. 유진이는 서인을 잊을 거야. 그게 운명이야.” 소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어떤 일들은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유진이가 정말 영원히 서인을 잊어버린다면, 그것이 바로 둘의 결말일 것이다. 구택의 가운이 풀어지면서, 튼튼한 몸이 드러났다. 구택의 피부는 탄탄하고 섹시했으며, 몸을 숙여 소희의 어깨를 입맞출 때, 그의 손은 아래로, 그리고 앞으로 움직였다. 소희는 구택의 손을 붙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자기야, 아까는 씻고 나면 바로 잘 수 있다고 했잖아.” 구택은 낮고 흐린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직 열 시야.” “그렇지만 나 졸려.” 구택은 소희가 요즘 바쁘고, 유진이 걱정으로 지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에 구택은 소희를 부드럽게 품에 안고, 침대 머리맡의 조명을 어둡게 조절했다. “같이 자자.” 소희는 구택의 품에 기대면서도, 머릿속이 서인과 유진이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혼란스러웠지만 구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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