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60화
두 사람은 천천히 걸어 골목 끝까지 갔다. 저녁노을의 마지막 한 자락이 어둠에 삼켜지고, 땅거미가 내렸다. 승현은 발을 멈추며, 어둠 속에서 더욱 깊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아심아, 난 항상 생각해 왔어.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삶은 참 실패했다고. 아무리 집안을 키우고, 가문의 명예를 높여도, 난 존경하지 않아.”
“할머니와 함께 이 집으로 이사 온 순간부터, 난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가정을 꿈꿨지.”
“너도 그렇지?”
“아마 이런 공감대가 나를 너에게서 떠나지 못하게 한 이유일 거야. 우리는 분명 따뜻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새로운 시작,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어.”
“네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스스로 벗어나고, 여전히 삶에 대한 희망과 신념을 가질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나를 믿어줘. 내가 너의 인생을 기쁨으로 가득 채워줄 거야. 우리 그날 같이 노래를 불렀던 것처럼, 새로운 삶에 녹아드는 건 어렵지 않아.”
아심은 승현의 진지한 눈빛을 바라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작은 충격을 느꼈다. 그래, 그녀의 인생 전반은 항상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인생도 그렇게 살아야 할까?
예전에 강시언이 아심에게 떠나라고 말했을 때, 새로운 시작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라고 했다. 하지만, 아심은 그 말을 따르지 않았다.
인제야, 시언이 한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것 같았다. 시언은 아심에게 떠나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였다.
시언은 늘 아심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고, 아심은 그 말에 반발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녀는 정말로 시언과 맞서 싸워 왔다.
첫 번째로 운명에 맞서 싸운 것은, 온두리의 경매장에서 그를 붙잡았을 때였다. 두 번째로 운명에 맞선 것은, 열일곱 살 때 시언의 침대에 올랐을 때였다. 세 번째로는, 시언의 포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따랐을 때였다.
어쩌면 네 번째 도전도 있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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