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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숙빈은 부드러운 어조였으나 말끝마다 은근한 압박감을 실었다. 이원혜는 고개를 수그린 채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숙빈의 눈썹이 살짝 오르기 직전 얼굴을 들었다. “소첩은 마마의 발자취를 따라 어디든 물불을 가리지 않겠나이다.” 단호함이 서린 목소리로 결연히 맹세했다. “그리 중대한 일은 아니다.” 숙빈이 가볍게 입가를 틀었다. “네가 명심할 것은 오직 내 분부를 좇는 것뿐이니라.” “소첩 삼가 마음에 새기겠나이다.” 이원혜가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옳거니. 우리 마마께서는 마음이 어질고 너그러우시니, 그분을 따르면 손해 볼 일은 없을 게다.” 청심이 나지막이 거들었다. 숙빈은 이원혜의 손등을 토닥이며 더욱 환하게 웃었다. 정오에 갑자기 부슬비가 내리더니 쉼 없이 이어졌다. 강희진은 비릿한 기운에 나른해져 점심도 거르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편안한 잠은 아니었다. 찬 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이불을 꽁꽁 싸매도 추위가 가시지 않았다. 몸 곳곳의 상처들이 기온이 떨어지자 욱신거리며 통증을 일으켰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신시가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무엇이라도 좀 먹소.” 초월이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재빨리 궁녀를 불러 상을 올리게 하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래요.” 강희진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실제로는 입맛이 없었다. 하루 종일 공복이어인지 머리가 어지러워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탁자 앞에 앉았다. 초월이 세심하게 겉옷을 걸쳐 주다가 팔뚝의 상처를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것은 오전에 동월이 그녀를 밀칠 때 생긴 상처였고, 이런 상처가 그녀의 몸에는 여러 군데 있었다. “고생했어.” 초월은 안타까운 마음에, 강희진의 귓가에 다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강희진은 고개를 저으며 초월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 잠시 후, 궁녀가 부엌에서 돌아왔고, 초월은 문 앞으로 마중을 나갔다. 상을 옮기던 궁녀의 어깨 너머로 황색 옷자락이 스쳤다. “소인, 폐하를 뵙나이다!”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초월은 황급히 몸을 숙여 예를 갖췄다. 선우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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