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주위는 텅 비어 있었고, 거리가 꽤 멀었기에 강희진은 흐릿하게 들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윤서연은 선우영을 힘껏 밀치고 돌아서서 성큼성큼 가버렸다.
강희진은 흥미를 잃고 자신도 돌아가려 했다.
곁눈질로 훔쳐보니, 선우영의 시선과 마주쳤다.
강희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들어 선우영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선우영이 다가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강희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의 말을 엿듣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양심에 걸린 일.
그렇게 생각하며, 강희진은 스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선우영은 강희진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윤서연이 어쩌다 선우영 같은 자와 연관된 건지. 참.'
강희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윤씨 가문은 명문가로, 가풍이 매우 발랐고, 윤서연 또한 열두 살에 재능이 출중하여 경성에서 이름을 날렸고, 경성 제일의 재녀라고 불릴 만했다.
전생에 그녀는 윤서연과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을 뿐, 그녀의 성품을 알지 못했다.
그저 안타까움을 느꼈을 뿐.
그렇게 재능이 넘치는 여인은 분명 더 밝은 인생을 살 수 있었을 텐데, 불행히도 일찍 궁궐 담장 안에 들어가 선우진의 후궁으로 전락해 버렸으니.
지금 그녀가 선우영과 얽혀 있는 것을 보니, 강희진은 그녀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우영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화비 동생?”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어떤 방만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강희진이 정신을 차려보니, 숙빈이 정면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참으로 우연이구려.”
숙빈이 웃으며 말하였다.
“본래 이 몸이 직접 명광궁에 가서 동생을 보려 했는데, 이렇게 여기서 마주치다니.”
“동생은 이제 몸이 좀 괜찮은가?”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속으로는 그녀가 죽기를 바라고 있을 터.
숙빈이 온화한 척하는 모습을 보니 강희진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마마께서 걱정해 주신 덕분에, 제 몸은 아주 좋아졌사옵니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그녀는 예의 바르면서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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