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연한 분홍빛 옷을 입은 궁녀가 병풍 밖에서 급히 들어와 강원주 앞에 멈춰 섰다.
“폐하께서 이미 떠나셨습니다.”
궁녀가 낮은 목소리로 전하자 강원주는 순간 크게 놀라더니 사람들을 밀치며 주전으로 향했다.
갓 올린 차는 아직 뜨거웠으나 넓은 전각 안에는 선우진의 그림자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강원주는 가슴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었다. 선우진이 굳이 그녀를 찾아보지 않은 것이.
강희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을 때 혹여라도 자신이 실수를 들킬까 걱정했지만 이제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마마, 화진 아가씨 쪽은 어찌할까요?”
궁녀가 조심스럽게 묻자 강원주는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잘라버렸다.
“찾을 필요 없어.”
“그 아이는 원래 나대기를 좋아하잖아. 계속 그렇게 떠돌다 죽어버리면 더 좋지 않겠느냐.”
양기연의 일도 채 수습되지 않았는데 조금 전까지 폐하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생각하면 화가 치밀었다.
강원주는 이를 악물며 강희진이 더 큰 화를 당하기만을 바랐다.
그 시각, 강희진은 나무 그늘이 드리운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라도 마주칠까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발걸음을 낮추었다.
폐하의 생모인 현덕 황후가 금계화를 유난히 사랑해 선황제께서 백 그루나 옮겨 심어 준 곳이 있다 하니 그것이 바로 어화원의 서남쪽, 의계원이었다.
급히 나온 탓에 궁녀 옷으로 갈아입을 새도 없었다. 괜히 눈에 띄어 불필요한 문제가 생기면 곤란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서도 그녀의 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올해는 계화꽃이 참 곱게 피었구나. 어머니께서는 구경하실 기회가 있으실까.’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정승은 노회한 인물이고 그의 부인은 질투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이들이 강희진의 어머니를 곱게 대할 리 없다.
다만 아직은 그녀를 강원주의 발판으로 이용해야 하기에 목숨만은 살려두고 있을 뿐이었다.
강희진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초월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속내를 드러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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