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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두 명의 상궁은 그녀가 뭐라 애원하든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저 강원주의 지시에 따라 차갑게 손을 놀렸다.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흔적이 없어 보였으나 이미 날이 선 칼끝이 강희진의 살갗을 조용히 파고들고 있었다. 피는 나지 않았지만 안에서부터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강희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련하던 얼굴엔 분노가 서려 있었고 눈빛 속엔 이글거리는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터져 나오려는 분노를 억누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 탓에 손등의 핏줄이 불거졌다. 잠시 뒤 강희진은 억지로 입가에 미세한 웃음을 띠며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최대한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듯했다. “마마, 이 벌은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희고 맑던 얼굴이 금세 창백하게 질려갔다. 이내 두 눈을 감더니,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뒤로 푹 고꾸라졌다. 다행히도 곁에 있던 궁녀들이 그녀의 팔을 잡아채 바닥에 완전히 쓰러지진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원주는 심드렁하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흥. 계집, 겁도 많아 빠져서는 재미없게... 춘희야, 저년을 작은 법당으로 끌고 가 처박아 두거라.” “알겠사옵니다, 마마. 염려 마시옵소서. 이년이 두고두고 후회하게 해드릴 테니.” 춘희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희진의 팔을 잡아끌었고 궁녀 둘이 그녀의 몸을 질질 끌고는 뒷길을 따라 작은 법당까지 데려갔다. 마치 쓰레기라도 되는 양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던지더니, 춘희는 손에 들고 있던 겉옷 하나를 강희진 위에 툭 던졌다. 강희진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어깨를 덮고 있었고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그와 어우러져 한층 더 처량하게 보였다. 쓰러져 있음에도 그녀는 묘하게 눈길을 끌 만큼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춘희는 혀를 차며 비웃었다. “쯧, 이 꼴 좀 봐. 며칠 전 그 건방지던 기세는 어디 갔어? 감히 마마를 거역하고, 나를 거슬러? 너 따위는 이 꼴이 딱 어울려.” 강희진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며 입술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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