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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윤선미는 색이 바랜 하얀색 치마를 입고 아주 고급스러운 별장에 앉아 있었다. 20년 동안 본 적 없지만 화려한 옷차림을 한 친 엄마가 그녀의 손을 잡고 울부짖었다. "선미야, 네가 시골에서 힘들게 산 거 알아, 곽씨 가문에 시집가면 부귀영화를 누릴 거야." 윤선미는 마음이 아파 났고 모성애에 대한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조옥진을 보며 말했다. "내가 친딸인데, 정말 날 소미연의 약혼자한테 시집보내 액운을 막게 할 거예요? 교통사고 때문에 식물인간으로 있는 그 사람한테 보낼 거냐고요?" 소씨 가문은 부귀영화를 위해 곽씨 가문에서 액운을 막게 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소미연이 시집가서 고통받는 건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이었고 처음부터 희생해야 할 사람이었기에 조옥진이 그녀를 시골에서 데려온 것이었다. 조옥진은 불쌍하게 울면서 그녀 앞에 무릎 꿇고 말했다. "나도 방법이 없어, 내가 재혼한 거고 새엄마잖아! 겉으로는 돈 많아 보이지만 사실 나도 사정이 많이 있어. 내가 널 낳아줬는데 엄마 도와준다고 생각해! 네 새언니 대신 시집가 줘!" 윤선미는 심호흡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옥진은 그때 아직 갓난아기였던 그녀를 버리고 소씨 가문으로 재혼했다. 조옥진은 소미연을 자기 친딸처럼 아꼈고 20년 동안 시골에 있는 친딸은 전혀 관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옥진이 버린 딸에 대한 미안함이 생겨 그녀를 데려온 줄 알았지만 마지막까지 그녀를 이용하려는 것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래요, 시집갈게요." '낳아준 은혜를 갚는다고 생각하면 돼.' 조옥진은 웃으면서 얼른 눈물을 닦으며 일어섰다. "곽씨 가문에서 봉관과 빨간색 예복을 준비했으니 얼른 갈아입어." 그녀는 자기 목적에 도달하자 기분 좋아서 말했다. 윤선미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차가운 표정을 하고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이제부터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조옥진은 잠깐 멈칫했지만 바로 하인들한테 윤선미의 옷을 갈아입히라고 했다. 윤선미는 마리오네트처럼 멍하니 서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워낙 예뻤던 얼굴이라 옷을 갈아입으니 더 화려해 보였다. 그녀가 계단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우아한 실루엣이 보였다. 이복언니 소미연이 서 있었는데 입가에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며 입만 뻥긋거렸다. "엄마 없는 불쌍한 년." 윤선미는 두 손을 내리 떨구고 시골에서 가져온 약상자를 꽉 잡았다. 하인이 귀띔해 주었다. "사모님, 곽씨 가문 차가 도착했습니다." 조옥진이 연신 웃으며 말했다. "선미야, 곽씨 가문 사람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이 싸구려는 곽씨 가문에 가져가지 마, 웃음거리 되겠어." 그녀는 윤선미를 밀려 밖으로 가려고 했고 그녀의 손에서 약상자를 빼앗으려고 했다. 윤선미가 비키자 진옥진은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윤선미는 차갑게 말했고 싸늘한 눈빛을 보였다. 약상자는 그녀의 목숨이었고 그걸로 환자들을 구해야 했다. 뒤에서, 소미연이 조옥진을 부추기고는 경멸하며 말했다. "작은 엄마, 윤선미가 싫은가 봐, 친딸을 대신 시집보내는데 걔한테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야?" 조옥진이 아부 떨며 말했다. "그게 쟤 복이지, 곽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식물인간이 됐다고 해도 쟤한테는 과분하지, 시골에서 어떻게 그런 생활을 할 수 있겠어." 윤선미는 완전히 실망했다. 펑! 그녀는 문을 닫아버리고 역겨운 소리를 막아버렸다. 차는 곽씨 가문을 향해 달렸고 하늘이 어두워졌다. 곽씨 가문은 해성의 최고 재벌가였고 소씨 가문도 운이 좋아 겨우 이 혼사를 잡게 된 거였다. 곽씨 가문의 적장자는 큰 집과 작은 집으로 나뉘었다. 곽씨 가문 둘째 도련님 곽동우는 능력이 아주 좋았고 가주가 될 수 있는 유력한 후보였지만 한 달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거의 병원에서 사형을 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해성에서 제일 핫했던 젊은이가 순간 재벌 집 딸들이 기피하는 상대가 되어버렸다. 소문에 의하면 생육 능력까지 잃었다고 했다. 너무 불쌍했다! 곽씨 가문 작은 집은 도저히 방법이 없어 액운을 막는다는 소문을 믿은 거였다. 빨간색 혼례 수건이 윤선미의 시선을 가렸다. 곽씨 가문 하인 전 아줌마가 그녀를 부추겨 별장으로 들어갔다. 머리에 쓴 봉관이 너무 무거워 그녀는 머리를 들 수 없었다. 그녀는 커다란 안방으로 들어갔고 침대 끝에 앉았다. 전 아줌마가 반 미터 되는 기다란 빨간 실로 그녀의 오른손을 겹겹이 감았고 다른 한 끝을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의 왼손에 감았다. "풀면 안 돼요, 이건 규정입니다." 전 아줌마가 당부했다. "일 그르치면 책임질 수 없을 겁니다." 윤선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너무 아파서 거의 들어지지 않았다. 전 아줌마는 그녀가 얌전하게 또 말했다. "오늘은 수고스럽겠지만 도련님이랑 같이 있으세요, 일 있으면 저 부르세요." 그러고는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커다란 방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고 기계에서 "띡띡"하는 소리와 낯선 남자의 아주 낮은 숨소리만 들렸다. 윤선미는 약상자를 가볍게 발 옆에 놓았고 은은히 풍기는 약 냄새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약상자만 있다면 그녀는 침술을 아주 잘했기에 그게 바로 그녀의 자신감 원천이었다. 그녀는 몸이 찌뿌둥해서 무의식적으로 새하얗고 부드러운 손으로 목덜미를 어루만졌고 손에 묶은 빨간 실은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녀는 세게 잡아당겨졌고 봉관에 있던 구슬들이 청아한 소리를 냈고 그녀는 침대에 넘어졌고 빨간색 혼례 수건도 날아가 버렸다. 그녀는 따듯한 남자의 몸에 누웠고 그녀의 빨간 입술이 남자의 얼굴에 닿았다. 밑에 있던 남자는 얼굴이 새하얬고 눈을 꼭 감고 있었고 눈썹 아래로 그늘이 지었는데 아주 멋있어서 넋이 나갈 정도였다. 하지만 얼굴에 남은 새빨간 입술 자국이 그녀의 차가운 기질을 망쳐버렸다.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벌떡 일어섰고 다급하게 잘생긴 그의 얼굴에 묻은 새빨간 입술 자국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남자의 잠옷 단추에 걸려 아무리 노력해도 풀어지지 않았다! "아!" 윤선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고 두피가 아파 났고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가 버둥거릴수록 머리카락이 더 심하게 감겼다. 그녀의 빨간 입술은 남자의 입술에 여러 번 입맞춤하게 되었다. 곽씨 가문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게 된다면 분명 그녀가 식물인간도 봐주지 않을 정도로 야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안해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윤선미는 두 눈을 꼭 감은 남자를 보며 가볍게 말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잠옷을 잡아당겼다. 스륵 하는 소리와 함께 면 잠옷이 크게 찢어졌고 단추가 떨어졌다. '후, 드디어 풀었네.' 윤선미가 머리를 숙여 보았는데 침대에 누워있던 남자가 서서히 눈을 뜨더니 수심이 깊은 눈으로 싸늘하게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구멍 난 잠옷이 섹시한 그의 목젖과 넓은 가슴이 보이게 했는데 완전히 당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윤선미는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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