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오랜 시간 키스를 이어간 후에야 하도훈은 진가희를 놓아주었다.
진가희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라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도훈은 진가희를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고 그녀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
달빛이 안으로 비추어 들어와 두 사람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달빛 아래에서 하도훈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높은 콧대를 진가희의 코에 맞대었다.
이 순간, 누구도 움직이지 않고 같은 자세를 유지했다.
진가희의 머릿속은 우지성으로 가득했다.
이런 키스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도훈은 진가희가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이를 낳으면 내가 키우게 해준다고 우리 약속했잖아. 맞지?"
진가희의 질문은 스스로에게 더 나은 핑계를 찾아주는 것이다.
하도훈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응."
진가희는 눈을 감았다.
...
차 내부는 추웠지만 두 사람 모두 이 사실을 잊은 탓에 히터를 틀지 않았다.
하도훈은 두 눈을 감고 진가희의 등을 껴안았다.
이때 차 안에서 핸드폰 소리가 울렸다. 핸드폰은 하도훈의 오른쪽 다리 밑에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껴안은 자세로 동시에 아래를 바라보았다.
진가희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액정 위로 우지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전에 우지성의 연락처를 차단했지만 나중에 귀신에 홀린 것처럼 다시 차단을 풀었다. 그 이후로 우지성이 처음으로 진가희에게 연락해왔다.
진가희와 하도훈은 핸드폰을 빤히 쳐다보았다.
우지성의 전화가 자동으로 끊기고 이번엔 고희숙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진가희는 고희숙이 이 시간에 전화를 해온 이유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다.
하도훈이 안고 있던 손을 풀어 주었고 진가희는 조수석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방금 걸려온 두 통의 전화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한참 후, 하도훈이 입을 열었다. "집에 데려다줘?"
흐트러진 옷차림을 정리하고 다리를 모아 얌전히 앉은 후, 진가희는 "응." 하고 대꾸했다.
하도훈이 진씨 집안으로 진가희를 데려다줬을 때는 새벽 2시였다.
진가희는 온몸에 힘이 빠진 채로 거실로 들어섰다. 고희숙이 다급하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도훈이가 데려다줬어?"
진가희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고희숙의 눈빛이 복잡했지만 피곤해 보이는 진가희의 얼굴에 평온하게 말했다. "그래. 얼른 올라가서 쉬어."
진가희는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는 느낌이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많은 생각을 할 정도의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빨리 올라가 샤워하고 싶었다.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 고희숙이 문을 노크했다. "가희야, 샤워하면 안 돼."
막 욕실 문을 열려던 진가희의 손이 멈추고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알겠어요."
진가희는 대답하고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