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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그는 숟가락을 들고 맑은 국물을 한 입 맛보았다. 가희는 눈을 치켜들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어때?” 입안이 달콤하고 미나리 향도 났다. 하도훈은 덤덤하게 두 글자만 뱉었다. “좋네.” 가희는 그의 짧은 두 글자를 듣고 그가 체면 때문에 한 말인지 진짜 맛있는 건지 몰라 실망한 어투로 한마디 뱉었다. “그렇구나.” 그녀의 말투가 달라진 것을 눈치챈 하도훈은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왜 그래?” 가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말을 마친 그녀는 앞에 앉았다. 아주머니가 음식을 들고 와 가희에게 말했다. “대표님은 저녁 먹으러 거의 안 오셨어요. 오늘은 반년 만에 처음이네요.” 가희는 뜻밖이라는 듯 놀란 눈빛으로 하도훈을 쳐다보았다. 하도훈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평소에는 일이 바쁜 편이지만 네가 이곳에 잠시 머무는 첫날이니 당연히 너랑 함께 식사해야지.” 가희는 마음속으로 조금 감동하였다. “사실 괜찮아, 도훈 오빠는 평소 시간대로 오면 돼, 나 혼자 있어도 상관없어.” 여기는 무서울 정도로 크지만 말이다. 하도훈이 알았다고 대답했다. 아주머니는 곁에서 음식을 내오면서 가희가 만든 것이 어느 것인지 말해줬다. 하도훈은 하나씩 다 맛봤다. 하도훈의 입맛에 맞는지 궁금했던 가희는 그를 흘깃거리다가 별다른 표정이 없자 그제야 안심했다. 식사를 마친 후 가희는 갑자기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어 식탁 옆에 서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도훈은 어색한 듯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산책이나 하러 갈까?” 가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주머니를 도와 설거지를 할 거야.” 하도훈은 그녀의 긴장된 표정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갑자기 뭔가 떠올라 또 한마디 했다. “잠깐만.” 가희는 그가 왜 부르는지 몰라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하도훈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 턱을 들어 코끝에 두 번 닦았다. “밀가루 묻었어.” 하도훈이 가까이 오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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