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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하도훈을 만나게 될 줄 몰랐던 진가희는 감전된 사람처럼 트레이를 잡은 채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하도훈은 슬며시 눈썹을 찌푸렸다. 진씨 집안의 딸이 이런 곳에서 알바를 해야 할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진가희는 하도훈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하도훈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은 사람이 물었다. "도훈아, 아는 사람이야?" 하도훈은 아무런 대답 없이 서늘한 표정으로 진가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진가희는 트레이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겨우 침착함을 유지하며 룸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룸 안에 있던 다른 사람이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야?" 그는 진가희를 향해 물었다. 이곳은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 고급 호텔이기에 진가희는 손님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느릿하게 이름을 말했다. "가희예요." 진가희에게 이름을 물었던 사람이 웃음 지었다. "좋은 이름이네. 여기 와서 술 좀 따라." 진가희는 하도훈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쟁반을 들고 그 사람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이 일이 자신의 일임을 마음에 새기며 등을 따갑게 하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허리를 숙여 손에 술병을 들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몸에 딱 달라붙는 옷 때문에 진가희가 조금만 허리를 숙여도 몸매가 요염해 보여 술기운에 잠식된 남자의 눈동자를 자극했다. 특히 허리는 한 손에 들어올 것 같았다. 갑자기 뜨거운 손이 진가희의 허리에 닿았다. 깜짝 놀란 진가희는 작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피해 옆 사람을 바라보았다. 진가희의 낮은 비명소리에 하도훈을 포함해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이 장면을 목격했다. 깜짝 놀라 진가희는 추태를 보였다. 평소였다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바로 떠올렸을 텐데 오늘은 하도훈을 보는 순간부터 당황했다. 진가희는 시선을 내린 채 긴장된 얼굴로 서 있었다. 하도훈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진 것을 본 옆에 사람이 입을 열었다. "뭐 하는 거야? 여기가 네가 노는 자리야?" 꾸짖음을 받은 남자가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 "미안, 순간 손이 엇나갔어." 화제가 바뀌면서 다들 활기차게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하도훈은 여전히 서늘한 기색으로 테이블 위의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맞은편에 서 있는 진가희를 향해 말했다. "먼저 나가." 기분을 알 수 없는 하도훈의 가벼운 한 마디 말을 듣고 나서 진가희는 트레이를 꽉 움켜쥐고 룸을 벗어났다. 그제야 진가희에게 닿아 있던 시선들이 사라졌다. 밖으로 나온 뒤에도 진가희는 방금 전의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정신이 흐리멍덩했다. 한참 후에야 앞으로 걸어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했다. 2시까지 바쁘게 업무를 보고 다른 룸에서 걸어 나오던 진가희는 하도훈을 마주쳤다. 진가희는 복도에 멈춰 서 움직이지 않았다. 흐릿한 복도의 조명은 야릇한 분위기를 조성해 진가희는 입술을 꾹 물었다. 하도훈은 자리에 서서 오랫동안 진가희를 바라보았다. 조명 아래에서 하도훈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그가 진가희를 향해 다가왔다. 카펫을 밟으며 걸어오는 하도훈의 구두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진가희는 자신의 마음이 밟히는 것 같았다. 마침내 하도훈이 진가희의 앞에 멈춰 섰다. "여기서 일해?" 하도훈은 무표정했고 내뱉는 말에는 아무런 온기도 없었다. 진가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 한참 만에 말을 꺼냈다. "응. 우리 언니나 아빠한테... 말 안 하면 안 돼?" 진가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도훈은 진가희를 내려다봤다. 조명 아래에서 진가희의 흰 목덜미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돈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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