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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장

두 사람은 모두 조용히 앉아 아무 말이 없었다. 하도훈은 한참 동안 그녀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약부터 먹어.” 진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 “또 기부했다며?” 그녀의 모교였기에 한마디 더 물었다. “나 때문이야?” 세간에는 복을 쌓기 위해서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진이나는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일이야, 도훈 씨, 날 위해 이런 걸 할 필요 없어.” 하도훈도 별다른 설명 없이 약을 그녀의 입가에 갖다 주며 대답했다. “먼저 약 마셔.” 그동안 하도훈은 거의 진이나와 함께 있었다. 진이나는 마음속으로 무언가를 의심했지만, 지금은 마음이 점점 가라앉고 죄책감도 들었다. 그녀의 건강 문제가 아니었다면 그는 늘 병원에 와서 그녀의 옆을 지키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항상 도훈 씨를 귀찮게 하는 것 같아.” 가희는 오후에 학교에 갔다. 오전의 일에 대해 계속 불가사의로 가득 차 있었고, 학교에 도착해서도 도훈 오빠가 실제로 남성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에 흐리멍덩한 기분으로 호숫가에서 혼자 수업 들으러 교실로 향했다. 걷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뒤편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사람이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불확실한 표정으로 불렀다. “가희?” 가희는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고 호수 쪽은 조용했다. 그래서 이 소리에 헛생각 중이던 가희는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서서 한눈에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보았다. “운현 오빠?” 허운현은 부드럽고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정말 너였어.” 가희는 그를 향해 걸어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오빠가 왜 여기 있어요?” “구경하느라고, 저번에 학교 경치가 좋다고 했잖아.” 가희는 그의 손에 무거운 카메라가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가희는 자신의 소개를 듣고 허운현이 풍경을 찍으러 올 줄은 몰랐다. 사실 그녀는 아무렇게나 한 말이었다. 이쪽 풍경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라 그녀는 미안해하며 물었다. “풍경 안 좋은 곳이 어디 있어요.” 허운현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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