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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장

허운현은 계산대로 가서 계산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그의 동작은 하도훈만큼 우아하고 신사다웠으며, 그의 온화한 모습은 불어오는 봄바람 같았다. 하늘이 그의 앞에 무너져도 그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을 것 같았다. 계산을 마친 허운현은 가희에게 다가가 말했다. “산책하자.” 그가 이런 요구를 할 줄은 몰랐던 가희는 몇 초 동안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허운현은 기분이 좋았다. “너희 학교 부근의 풍경이 꽤 괜찮다고 들었는데 산책 좀 하며 지연이가 수업을 마치는 걸 기다리자.” 가희도 그 제안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찍 팰리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떄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흔쾌히 대답했다. “좋아요.” 이후 두 사람은 카페를 나와 학교 근처를 거닐며 가희가 학교에 있는 맛있고 재미있는 것들을 소개해줬다. 허운현은 오랜만에 세상에 돌아온 것처럼 재미있게 들으며 이따금 작은 소리로 웃기도 했다. 가희도 홀가분해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다. 허운현과 학교 담장 밖을 걷고 있던 가희는 근처 차량을 주의하지 못했다. 갑자기 두 사람의 뒤에서 오토바이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가희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가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허운현이 그녀를 옆에서 잡아당겼고, 가희는 그렇게 그의 품에 안겼다. 허운현의 품에 안기는 순간, 가희는 허운현의 몸에서 상큼한 향기가 나는 것을 느꼈는데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따러 가셨던 치자꽃 향기와도 같았다. 그녀는 멍해졌다. 허운현도 방금 자신이 본능적으로 그녀를 품에 안을 줄을 몰랐다. 그는 그녀를 놓아주며 물었다. “안 다쳤어?” 그녀는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방금 그 일이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가희는 팔을 힐끗 보고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별일 없어요.” 허운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안으로 걸어.” ... 하도훈의 차는 종종 가희의 학교 쪽을 지나간다. 가희의 학교는 큰 도로변에 있어서 이 길은 거의 하도훈이 매일 지나가는 길이다. 차가 가희의 학교 입구를 나는 듯이 지나갈 때, 하도훈은 차 밖의 모습을 발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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