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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장

강유리가 주성호의 팔짱을 끼고 등장하자 모든 사람들이 시선을 그들한테 집중했다. 마침 추영자와 장미숙도 계단에서 내려오면서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추영자는 옆에 서서 다가가지 않았고, 장미숙은 무대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일부러 추영자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서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봤어? 네가 아무리 수단을 쓰고, 우리 딸을 주씨 가문에 시집 못 가게 해도 소용없어. 주성호가 지지하면 너든 주경민이든 반항할 자격 없어." "너무 창피하게 지고 싶지 않으면, 조카처럼 해 봐, 자기가 이기지 못할 걸 알고 알아서 주씨 저택에서 꺼졌잖아. 그러면 적어도 자존심은 지킬 수 있어. 나중에 쫓겨나가면 정말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 장미숙은 득의양양해하며 말하고는 도발하듯 추영자의 어깨를 두드리고 하이힐을 신은 채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주성호의 옆으로 가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주성호도 그녀를 보고 다정하게 웃었다. 추영자의 시선에서 두 사람은 정말 한쌍의 커플 같았다. 무대 아래에 주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사람들은 주성호가 장미숙과의 과거를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이 애매한 모습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추영자의 눈치를 살폈는데 마치 좋은 구경을 할 것 같아했다. 그러나 추영자가 아무런 표정 없이 덤덤하게 있는 걸 보자, 실망하면서 시선을 거뒀다. 주성호도 무대 아래를 둘러보았고 그제야 구석에 서 있는 추영자를 보고는, 바로 무대로 올라오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추영자는 가만히 있었고 못 본 척했다. 주성호는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었지만 보는 눈들이 많아서 하는 수 없이 화를 참고 돌아가서 다시 추영자를 혼내려고 생각하고는 한 발 다가가 마이크를 받았다. "바쁜 와중에도 저희 아들의 약혼식에 참가하고 두 아이의 사랑을 지켜봐 줘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경민이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아직 오지 못했어요, 다들 놀라지 마세요. 다음에 경민이가 돌아오면 직접 여러 어르신들한테 사과하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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