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장
"왔네요!"
전화를 받고 나서 허수빈은 주경민이 오는 줄 알고 집주인한테서 열쇠를 받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주경민은 허수빈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를 누르고 말했다.
"자영이 화실이 어디야? 앞장서."
허수빈은 멈칫했고 주경민의 얼굴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경민 오빠, 낯빛이 안 좋아요, 괜찮아요?"
심자영이 손을 다친 일을 허수빈한테 알려주지 않았기에, 그녀도 주경민과 심자영이 최근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랐다. 그저 주경민이 곧 결혼을 할 거고, 심자영이 감정을 포기했고 두 사람의 사이가 변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주경민의 얼굴을 보았고 심자영이 연락까지 되지 않자, 그녀는 자신이 모르는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녀가 주경민한테 물어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경민이 계속 손에 들고 있던 분홍색 휴대폰에 시선이 꽂히게 되었다.
허수빈은 낯빛이 변해서 다급하게 말했다.
"자영이 휴대폰을 왜 오빠가 갖고 있어요? 찾았어요?"
주경민은 낯빛이 더 창백해졌다. 그는 허수빈과 더 말할 여유가 없어 다시 되풀이했다.
"화실로 데려다줘."
허수빈은 눈빛이 복잡해졌지만, 주경민의 지금 상태가 대화를 할 상태가 아니라는 걸 알고는, 하는 수 없이 일단 데리고 올라갔다.
화실은 주민 구역에 있었는데 환경이 별로 좋지 않았다. 면적도 크지 않았기에 심자영이 전에 주씨 저택에서 소유했던 화실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허수빈이 문을 열자마자 주경민이 바로 뛰어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완성한 유화들이 몇 개 있었지만 그는 바로 화판 위에 놓인 그 작품에 끌리고 말았다.
그 그림은 새까만 안개가 가득한 배경이었고 뜨거운 불빛이 있었다. 하얀색 나방이 불에 뛰어드는 것 같았지만 또 기를 쓰고 도망가려는 것 같기도 했다.
주경민이 마음이 움찔했다. 그 그림을 보자 그는 심자영이 그 그림을 그렸을 때의 고통스러움과 버둥거림이 느껴졌다.
그가 정말 모든 걸 망친 것 같았다.
허수빈도 그 그림을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심자영의 그림은 모두 환하고 생명력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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