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장 선 넘었어
VIP 방 안에 복잡한 네온 불빛과 시끄러운 음악 없이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하얀빛을 비춰 내렸다.
심플한 검은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은 남자는 셔츠 단추를 몇 개 풀고 소파에 느긋이 기대 누웠다.
희고 화사한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고 소파 앞 테이블에는 아이스 버킷이 몇 개 놓여있는데 버킷 속 술병은 벌써 비어 있었고 여기저기 굴러떨어졌다.
다시 한 잔을 따라 마시고 남자는 옅은 갈색을 띠는 눈을 뜨고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알 수 없었다.
헤아릴 수 없는 고독감에 잠긴 듯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송정우가 급히 찾아왔을 때 정아진도 따라 같이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 비어 있는 여러 개의 위스키 술병을 보며 송정우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많이 마셨어?”
조용하게 소파에 기대앉은 연수호를 보며 정아진은 곁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그의 팔을 안고 물었다.
“수호야, 무슨 일 있었어?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연수호는 아무 말 없이 팔을 뺐고 고개를 돌려 송정우한테 물었다.
“얘가 왜 여기 있어?”
송정우는 난감한 듯 설명해다.
“가게에 바이크가 새로 들어왔는데 같이 연구하고 있었거든.”
연수호의 연락을 받았을 때 정아진이 마침 옆에 있었고 같이 오겠다고 하는 걸 거절할 수 없어서 같이 이곳에 나타나게 됐다.
자기한테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는 연수호를 보며 정아진은 마음이 쿵 내리 앉는 것 같았다.
“수호야, 내 얼굴이 그렇게 보기 싫어?”
정아진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요즘 너무 많이 변한 것 같아. 우리를 찾아오지도 않고 바이크도 그만두고.”
“내가?”
연수호는 정아진을 흘겨봤다.
“나 원래 이래. 놀고 싶을 때 놀고, 질리면 그만두고.”
남자의 눈길은 차고 매정했다.
“수호야. 적어도 우린 친구잖아. 왜 나한테 그래?”
“친구?”
연수호는 입꼬리를 올리며 정아진한테 다가갔다.
짙은 눈빛과 그리스 조각상 못지않은 미모에 정아진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의 얼굴을 마주하며 심장이 나대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목덜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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