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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장 1년 전의 일...

“차 선생님, 곧 마감 시간인데, 그만 나와주세요.” 병원 자료실 관리를 담당하는 박미자의 재촉 소리가 들려왔다. “네. 바로 나갈게요.” 차이현은 김유정의 이름이 적혀있는 자료들을 훑어보며 미간을 좁혔다. 두꺼운 자료들 속에서 한 장 몰래 빼돌린 다음 그는 아무 일 없는 듯 담담히 자료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아이고, 차 선생님. 조마조마했잖아요. 다 중요한 자료들이라 원래는 아무도 들이면 안 되거든요.” 차이현이 시간 맞춰 자료실에서 나오자, 박미자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얼른 문을 다시 잠갔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궁금해서요.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마흔이 다 돼 가는 나이에 결혼도 했지만 차이현의 부드러운 미소에 박미자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그녀는 쑥스럽게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야 차 선생님을 믿고 부탁을 들어드린 거죠. 이건 비밀로 해주세요.” 차이현은 머리를 끄덕이며 흔쾌히 승낙했다. “당연하죠.” 차이현의 승낙을 받고도 불안한 구석이 있는지 박미자는 다시 물었다. “사진 같은 건 당연히 안 찍으셨죠?” “네, 저 지금 핸드폰도 없잖아요. 걱정마세요. 그냥 잠시 둘러봤을 뿐이에요.” 텅텅 비어 있는 차이현의 손을 확인하고 나서야 박미자도 드디어 안심했다. 차이현은 웃으며 주머니에서 영화표 두 장을 박미자한테 건네주며 말했다. “남편분이랑 다녀오세요. 전 따로 관람할 시간이 없어서요.” 박미자는 놀라운 얼굴로 영화고나 VIP 룸 티켓을 건네받았다. 한정판인 데다가 가격도 어마어마해서 일반인은 보기도 드문 레벨인데... 박미자는 눈을 반짝이며 차이현을 바라보았다. 차이현처럼 돈도 많고 잘생긴 남자랑 사귀는 여자는 복권에 당첨된 거랑 별 차이가 없을 듯 했다. 사무실로 돌아오자 차이현은 바로 문을 잠갔다. 주머니에 잘 접어 넣은 자료를 다시 펼치며 그는 1년 전에 남겨진 병력 차트를 자세히 읽어 보았다. [김유정, 24세] [급성 알레르기 기인 심부전...] [수술 후 1개월간 혼수상태, 그 뒤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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