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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죽고 싶어?!

제호 클럽. 김유정은 차 키를 주차 직원에게 던진 후 빠르게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곧바로 뒤를 따라온 곽혜인도 얼른 그녀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타며 상황을 설명했다. “성우 그룹 총책임자인 유명한 대표가 계약을 빌미로 지혜 씨를 이곳으로 데려와 강제로 술을 먹였습니다. 물론 계약 건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고요. 지혜 씨는 처음에 몇 잔 정도 어울려주다가 점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몰래 저한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유명한이 파렴치한 짓을 하고 있다고요.”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후 두 사람은 곧바로 룸으로 향했다. 룸 앞에 도착하자 문이 열려있는 것도 아닌데도 시끄러운 노랫소리와 남성들의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김유정은 망설임 없이 문을 힘껏 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알코올 향이 가장 먼저 그녀를 반겼고 그 뒤로 난장판이 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소파에는 중년 남성들이 몇몇 앉아 있었고 그들 옆에는 젊은 여성들이 술 상대를 해주고 있었다. 그중 한 여성은 웬 젊은 남자의 손에 손목이 단단히 붙잡힌 채로 있었고 옷이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다. 여성은 빨개진 눈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 “유정 씨...” 유흥에 방해를 받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 뭐야? 누가 멋대로 들어오래?!” 젊은 남성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다 이내 문어 귀에 선 두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어이, 거기 둘. 멀뚱히 서 있지만 말고 오빠 옆으로 와.” 그 말에 김유정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쪽이 유명한 대표입니까?” 술에 잔뜩 취한 듯한 젊은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이내 큰소리로 웃었다.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그래, 내가 바로 유명한이다.” 김유정은 앞으로 다가와 이지혜를 자기 뒤로 보내며 다시 한번 물었다. “그쪽이 우리 직원을 이곳으로 데려온 겁니까?” 그 말에 유명한은 김유정을 아래위로 한번 훑어보았다. “난 또 누군가 했네. 너도 자성 그룹 직원이야?” 유명한은 턱을 어루만지며 김유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자성은 직원을 얼굴 보고 뽑나 보지? 어떻게 이렇게 하나같이 다 미인일까?” 그 말에 옆에 있던 남성들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하나같이 내 스타일이야. 얼굴부터 몸매까지 아주 내 마음에 쏙 들어. 실제로 만져보면 더 좋을 텐데. 안 그래? 킥킥.” 김유정은 그들의 더러운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계속해서 유명한을 바라보았다. “우리 직원한테 억지로 술을 권한 것 역시 그쪽입니까?” “그래.” 유명한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치며 답했다. “계약하러 왔다길래 같이 마셨어. 그게 왜?” “우리 직원의 옷을 풀어헤친 것도 그쪽이고요?” “그래. 더워 보이길래 내가 시원해질 수 있게 도와준...” 퍽! 유명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유정이 테이블 위에 있던 술병을 들어 그대로 유명한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술병은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고 파편들은 사방으로 튀었다. 얻어맞은 유명한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중년 남성들, 그리고 뒤에 있던 이지혜과 곽혜인까지 모두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남자들의 술 상대를 해주던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허겁지겁 룸을 빠져나갔다. 유명한은 손을 들어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한번 닦아 내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미친년이 감히 내 머리를 깨려고 들어?! 너 죽고 싶어?!” 김유정은 절반 정도 깨진 술병의 뾰족한 끝을 유명한에게 가져가며 말했다. “경고하는데 다시 한번 우리 직원한테 손대면 그때는 이거로 네 머리를 완전히 박살 내 버릴 거야.” 농담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싸늘한 눈동자에 유명한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작 여자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냐는 생각에 소리를 질렀다. “너,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 “네 뒤에?” 김유정은 모른 척 그의 뒤를 바라보며 웃었다. “뭐, 귀신이라도 있어?” 유명한은 그 말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는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내 뒤에는 유안 그룹이 있어. 너는 유안 그룹한테 찍힌 거나 마찬가지라고. 알아들어?!” 중년 남성들은 그 말에 하나둘 김유정에게 자업자득이라는 눈길을 보냈다. “유안 그룹을 상대로 이런 짓을 저질렀으니 자성 그룹도 이제는 끝이네.” “내 말이 그 말이야. 아마 저 여자도 조만간 유 대표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게 될걸?” 곽혜인과 이지혜는 그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유안 그룹의 총수는 그 유명한 연씨 가문의 사람이고 유안 그룹은 경성시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그룹이었다. 게다가 들리는 소문으로는 어둠의 세계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고도 했다. 즉 유안 그룹은 여러 의미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회사였다. 이제 막 근무한 지 몇 년 안 된 곽혜인과 이지혜는 다리가 풀리는 것을 느끼며 얼른 김유정의 팔을 잡았다. “유정 씨, 우리 이쯤하고 가는 게 어때요...?” “가? 누구 마음대로.” 그때 유명한이 테이블 위에 있는 술잔을 바닥에 깨트리며 말했다. “내 머리통에 피까지 내놓고 어디 가려고!” “히익!” 유명한은 두 사람이 겁먹은 것을 보더니 한쪽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가리켰다. “어이, 용서해줄 테니까 옷 다 벗고 내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 봐.” “그래. 다 벗고 유 대표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 “벗어라!” “벗어라!” 중년 남성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또다시 맞장구치기 시작했다. 김유정은 입꼬리를 올린 채 싸늘해진 얼굴로 그들을 한번 훑어보더니 다리를 들어 그대로 유명한의 가랑이 사이를 차버렸다. “내가 거기를 왜 지나가?” “악!!” 유명한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두 손으로 자기 중요 부위를 감싼 채 소파에 쓰러졌다. 그러고는 몸을 웅크리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방금 김유정이 발로 걷어찼을 때 유명한은 마치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가 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야, 네가 여자라고 내가 못 때릴 것 같아? 너 일로 와!” 그때 중년 남성 한 명이 삿대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말에 김유정은 소매를 위로 걷어 올리더니 아주 여유롭게 그 남성의 머리 위로 술병을 휘둘렀다. 퍽! 또다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 미친년이 진짜! 너...!” 남성이 머리를 감싼 채 뭐라 하기도 전에 또다시 술병이 휘둘러졌다. 퍽! “너...!” 퍽! 술병은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남성은 소파에 머리를 박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유정은 테이블 위에서 새로운 술병을 손에 들고 다른 남성들을 보며 할 말이 있으면 빨리하라는 식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남성 중 한 명이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그대로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갔다. 이렇게까지 거침이 없는 여자는 아마 처음 봤을 것이다. 그 뒤로도 김유정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움직임으로 눈 깜빡하지 않고 술병을 휘둘렀다. 술병이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룸에서는 비명이 들려왔다. 룸 밖에서 그녀의 행동을 모두 구경하고 있던 남자는 퍽 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미간을 꿈틀거리며 몸을 움찔 떨었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검은색 셔츠를 입은 다른 한 남자는 느긋한 자태로 벽에 기대 담배를 피우며 아무런 동요도 없이 구경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눈동자에는 옅은 미소까지 어렸다. 자신의 여자라면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때 연수호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매서운 눈길로 김유정의 손을 쫓았다. 김유정은 한바탕 상황을 정리한 후 머리를 위로 쓸어올렸다. “제가 적당히 라는 걸 몰라서요.” 그러고는 후련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나가실 때 자기가 먹은 술값 계산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 아시겠죠?” 그때 누군가가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이에 김유정이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연수호가 서 있었다. 연수호는 그녀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그녀를 끌고 룸을 빠져나갔다. 김유정은 그의 손에 의해 끌려가면서도 이지혜와 곽혜인에게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곽혜인과 이지혜는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아직도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러다 곽혜인이 먼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금 유정 씨를 데리고 간 남자... 잡지에서 본 것 같아요. 유안 그룹 대표님이었던 것 같은데...” “헉! 그럼 유정 씨 이제 어떡해요...?” 이지혜는 그 말에 울먹거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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