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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개 풀어

검은색 리무진이 천천히 멈추고 차 문이 열리자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 남자는 키가 훤칠했고 곧은 자세와 세련된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그의 얼굴 곡선은 워낙 뚜렷해 어둠 속에서도 잘 보였지만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남자가 그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끼를 물었습니다.” 어두운 지하실 안 공기는 아주 습했다. 약 3미터 크기의 철창이 방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철창 안에는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된 남자가 머리에 검은 천을 쓴 채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 갑자기 머리 위의 전등이 쾅 소리와 함께 켜졌다. 하얀 조명이 철창 안을 환히 비췄고 머리를 가리고 있던 천이 벗겨지자 남자는 눈이 부셔서 두 눈을 급히 가렸다.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던 그는 밝은 조명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남자는 겨우 눈을 가늘게 뜨고 철창 틈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다. 철창에서 약 2미터 떨어진 곳에 고급스러운 맞춤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갈색 가죽 소파에 앉은 그 젊은 남자는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있었다. 그의 손에 와인잔이 들려 있었고 붉은 와인이 잔 속에서 찰랑찰랑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난 가면에 가려져 있었다. “천령 그룹의 민항준 대표님이시죠?” 가면 쓴 남자의 목소리는 차갑고 섬뜩했다. 음성이 흐릿해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철창 안에 있는 민항준은 두 손으로 철봉을 꽉 잡고 소리쳤다. “너, 너 누구야? 왜 나를 여기로 끌고 온 거야!” 그는 단지 볼일을 보러 외출했을 뿐인데 어쩌다 이런 음침한 곳으로 끌려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의 긴 손가락에서 한 장의 카드가 던져졌다. 카드는 철창 안 민항준의 발밑에 떨어졌다. 민항준은 그 카드를 보고 놀란 듯 두 눈이 커졌다. 카드에 두 개의 붉은색 이니셜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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