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장 제 아내는 제가 알아서 할 겁니다

전화를 끊은 후 차이현은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김유정의 친근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자 차이현의 가슴 속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갔다. ... 김유정이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연수호는 차가운 표정으로 몸을 돌려 정아진을 바라보았다. “내가 경고했지. 선을 넘지 말라고.” 연수호의 목소리는 마치 상대를 찌르는 비수같이 차갑고 날카로웠다. 정아진은 숨을 들이마셨다. “수호야, 난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 유정 씨가 올 줄은 정말 몰랐다고.” 정아진은 다급히 해명했다. “넌 몰랐어야 해. 아니면 큰일 날 줄 알아.” 연수호는 한 마디를 툭 던지고는 차갑게 돌아섰다.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송정우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수호야, 아진이는 정말 몰랐을 거야. 게다가 아진이는 1년 전에도 유정 씨를 도운 적 있잖아. 그러니까 오해하지 마.” 하지만 연수호의 눈빛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난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걸 제일 싫어해.” 그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아진, 이번 한 번만 넘어갈게. 다시는 그러지 마.” 연수호가 망설임 없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정아진은 손을 꽉 쥐었다. 손톱에 눌린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수호가 저렇게 김유정을 신경 쓰는 이유는 그저 김유정이 아직 수호에게 쓸모가 남아 있기 때문일 거야. 만약 그 여자애가 깨어난다면 수호의 마음속에 여전히 김유정의 자리가 남아 있을까?’ 정아진은 기억했다. 연수호가 그 소녀를 위해 얼마나 비참하게 스스로를 낮췄는지를. 그 소녀는 연수호의 세계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무게를 지녔다. 그날이 오면 김유정이 지금처럼 자신만만한 태도로 오만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정아진은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 한편 흰색의 진찰실에서는 소독약 냄새가 은은히 퍼지고 있었다. 차이현의 진찰실은 그의 성격처럼 깔끔하고 단순했다. 그는 종이로 된 보고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염이 살짝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야.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