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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진미선의 옆을 지내던 순간 강은영은 눈을 치켜뜨며 비아냥스런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진미선은 그 시선에 마음에 찔린 듯해 보였다. 그러나 고향에 있는 그분의 모욕을 생각하고 나자 이내 마음이 차갑게 식어져 갔다. 강은영은 어르신의 팔을 자연스레 껴안으며 일부러 묻고 있었다. “무슨 얘기하고 있었는데 이리 심각한 얼굴을 하고 계신 거예요?” 진미선은 강은영과 어르신의 친밀한 모습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전에 어르신이 설아를 마음에 들어하고 강은영을 꼴보기 싫어하던 모습이 눈에 훤한데 말이다. 지금 어떻게 된 거지? 게다가 그녀와 박강우의 사이만도 충격적이었는데 어쩌다 어르신마저? 아니야! 이건 가짜야! 분명 박씨 집안 사람들이 설아를 엄청 좋아했었어! 이 모든 건 설아의 몫인데 강은영이 무슨 자격으로 넘봐? 어르신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직접 키워온 손자며느리라 내가 더 아네. 우리 은영이는 착한 아이야.” 그 말에 진미선은 화들짝 놀랐다. 박 어르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진미선이 이해하기도 전에 어르신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왔다. “살다 보니 별꼴을 다 보네. 어쩜 내연녀 딸을 위한답시고 자기 친딸 인생을 망치는 것도 마다할 수가 있어!” 진미선이 강설아의 편을 들고 있다는 걸 진작부터 느껴왔던 건 맞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동안 강은영이 돌아오는 횟수가 꽤 적었었는데 강씨네 집안에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한 거고 또 무슨 수로 강은영을 돌아오지도 못하게 했던 걸까? 진미선은 어르신의 말을 듣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는 뭐라도 변명을 하려고 했고 이내 강은영이 먼저 말을 건넸다. “할머니, 화 풀어요. 오늘 할머니가 주인공인데 우리 내려가요.” “알았어.” 어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인을 불러 깔끔하고도 단호한 어조로 진미선을 밖으로 끌어내라고 했다. 서재로 나오자 마음이 편치 않은 어르신은 강은영의 손등을 툭툴 치며 입을 열었다. “우리 은영이 고생이 많았어.” 방금 진미선이 한 짓을 생각하면 어르신은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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