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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너한테 이렇게 부탁할 자격 없다는 거 아는데... 7년의 정을 봐서라도 재원 한 번만 더 도와주면 안 될까? 아영이는 아무것도 몰라... 다 아영이 엄마가 꾸민 일이니까... 아영이 탓하지 말고.” “노력해볼게요. 그래도 일단 치료 잘하셔서 살아계셔야죠.”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온하준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조지홍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계약서는 내 서재 금고에 있어. 비밀번호는... 아영이 생일...” 그때 의사가 시간이 다 됐음을 알리러 들어오자 온하준이 병실을 나섰다. 복도에서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조아영은 바로 달려가서 물었다. “아빠가 뭐래?” 온하준은 이민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조아영의 질문에 답했다. “회사 일 부탁하셨어. 지금 중요한 건 수술 잘 마치는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심장 우회 수술을 한다던데, 정확히 어떤 상황인가요?” 이민기의 질문에 의사는 수술방법과 그 리스크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이민기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술비용은 태하 금융에서 전액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저희가 해야 할 일이죠. 아저씨 건강이 우선이니까요.” “아영 씨도 걱정 마요. 내가 있잖아요.” 모든 게 위선이라는 걸 온하준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걸 밝힐 때가 아니라서 온하준은 조아영의 손목을 잡아끌며 말했다. “나 너희 집 한 번 갔다 와야겠어. 중요한 서류가 거기 있어서.” 갑작스러운 그의 말이 의아했지만 조아영은 군말 없이 키를 내주었다. “키는 가방 안에 있어. 어떻게 가는지는 알지?” “응. 넌 여기서 아저씨 잘 지키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온하준은 소유진을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뒤 그녀에게 조지홍의 말을 전했다. “태하 금융이 조지홍의 건강을 문제 삼아 재원을 통제하려 한다고?” “이건 너무 비겁하지.” 소유진이 미간을 찌푸리자 온하준도 차갑게 대꾸했다. “그보다 더한 건 그 새끼들이 아저씨 음식에 손을 대서 일부러 심장병을 유발했을 수도 있다는 거야.” “그럼 빨리 계약서부터 찾아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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