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장 그날 밤, 그녀가 아니었다
고선호는 나유아의 목소리를 듣고 바라보고는 입술을 깨물더니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아까 할머니 방에 이불이 많던데. 아마 할머니가 추워서 가져간 것 같은데 가서 가져올래?"
나유아는 고민하더니 답했다. "됐어."
정말 추워서 가져간 거면 절대 가져올 수가 없었다.
만약 가지러 갔다가 할머니가 뭐라도 눈치챈다면 모두 헛수고가 된다.
나유아가 저녁에 어떻게 잘지 고민하고 있는 중, 고선호가 안으로 움직이더니 자리를 내주며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서 자."
나유아는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잠깐 고민하고는 아무 표정도 없이 침대 쪽으로 걸어가서 이불 끝자락을 들고 바로 누워버렸다. 그러고는 불까지 꺼버렸다.
'뭔 짓 할 것도 아니잖아. 같은 침대에서 못 자본 것도 아니고.'
'고선호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내가 겁날 게 뭐가 있어.'
눈을 감고는 있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나유아는 수족냉증이라 여름이 아닐 때면 항상 손발이 차가웠다. 무슨 수를 써도 따뜻해지지 않는데다 에어컨을 틀기도 싫어했다. 하지만 이번엔 이불 안에 들어오니 적응이 안 될 만큼 너무 따듯했다.
고선호 몸의 익숙한 냄새가 나유아의 코끝을 자극했다. 나유아가 자주 쓰는 바디워시랑 샴푸 향도 섞여 있었다. 체온이 섞이니 더 뜨거워 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같은 이불을 덮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애정이 가득했다.
몸을 돌리자 거의 침대 끝에 다다랐다. 나유아는 얼굴을 찌푸린 채 고선호를 등지고 누워있었다.
고선호가 아무런 행동도 없이 조용하자 겨우 마음이 놓였다. 나유아는 결국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어 버렸다.
이 밤 나유아는 꿈자리가 많고 사나워서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나씨 집안이랑 고씨 가문의 인연은 할아버지가 어린 고선호를 데리고 나씨 집안 근처에 있던 산장에 휴양을 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할아버지는 고선호가 아프다고 하셨다.
산장에 있는 재벌 집 도련님이 성격이 이상한 데다가 아프기까지 해서 사람을 적 보듯 한다고 마을 아이들한테도 소문이 났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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