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싸움

솔직히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라 강준은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패기야? 그리고 뭐가 이렇게 급해!’ 한편, 깜짝 놀란 건 윤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남자들을 만나왔지만 이 정도 사이즈는 그녀도 처음이었다. ‘뭐야, 진짜... 이게 가능해?’ 바로 그때, 강준의 휴대폰이 울리고 그 기회에 그는 다급하게 윤아를 밀어냈다. 발신인을 확인한 강준이 몰래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준혁이 형이잖아. 지금 어떻게 받으라고! 저 여자 딱 봐도 그냥 취한 척하는 거지 멀쩡하구만.’ 고민 끝에 강준은 결국 전화를 끊어버렸다. “왜 끊은 거예요?” 이때 귓가에 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강준은 깜짝 놀라 뒤로 살짝 물러났다. 언제 눈을 뜬 건지 윤아는 몽롱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거짓말을 잘 못해서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윤아가 이미 발신인 이름을 보았다는 생각에 강준은 아예 솔직하게 나가기로 다짐했다. “어머, 나도 거짓말하는 사람 싫어해요.”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워 강준은 아예 입을 꾹 다물었다. 클럽에서 하이더힐까지는 차로 약 30분 정도 되는 거리, 반 시간 뒤 차량은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윤아는 한동안 앞장서서 걷는 듯싶더니 갑자기 술기운이라도 올라온 듯 비틀거리다 자연스레 강준의 팔을 꼭 부여잡았다.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혀도 잔뜩 꼬브라진 것이 누가 봐도 만취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여... 여기예요. 9... 9층이요.” 윤아는 강준의 팔을 껴안은 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강준이 다급하게 멈춰 섰다. “잠시만요. 쌀 챙겨야죠. 어디 있어요? 혹시 차에 뒀어요?” “우욱... 너무 어지러워요. 집에 가고 싶어요... 토할 것 같단 말이에요.” 어차피 쌀이니 뭐니 전부 강준을 집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작에 불과했으니 동문서답으로 대응했다. ‘하, 취한 척을 하시겠다?’ ‘얘는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여기까지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