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하교 후 유시영과 전영미는 자전거를 끌고 교문을 나섰다.
전영미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시영아, 주은우 오후 내내 너한테 사과도 안 했어?”
유시영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걔를 내가 너무 잘 알아, 그냥 껌딱지야. 뿌리치려야 뿌리칠 수 없어.”
“그래, 내일 보자.”
“내일 보자."
전영미와 작별 인사를 하고 난 유시영은 핑크색 자전거를 타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저녁 드라마 《가을동화》를 보려 했다.
가는 허리를 곧게 펴고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석양을 받는 모습은 마치 영화 속 여주인공 같았다.
많은 남학생의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주목받는 눈빛을 즐기고 있는 유시영의 눈에는 자신이 드라마 속 여주인공으로 비쳐 주목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수 없게 길목에 이르렀을 때, 유시영의 자전거가 고장 났다.
한창 좋았던 기분이 순간 사라졌다.
자전거를 길가에 세워둔 유시영은 더러운 자전거 바퀴를 바라보며 눈썹을 찡그렸다.
이런 더러운 것은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때, 주은우가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제 인생을 다시 살아보니 자신은 물론 부모님도 젊으시다.
그는 지금 집에 일찍 가서 부모님을 뵙고 싶었다.
유시영은 그의 건들건들한 모습을 보고, 갑자기 경멸의 눈빛을 지으며 주은우가 자신을 미행한 거로 생각했다.
주은우도 유시영을 발견했다. ‘얘는 길가에 서서 뭐 하는 거야?’
속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발로 자전거를 세운 후 물었다. “유시영? 뭐 하는 거야?”
“주은우, 나한테 사과하고 싶으면 사과해, 그렇게 비열한 수단을 쓸 필요가 있어?”
유시영은 눈을 흘겼다.
주은우는 멍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뭘?”
“뭐긴 뭐야? 네가 내 자전거에 손댔지?”
유시영은 두 팔로 팔짱을 낀 채 눈빛을 날카롭게 하며 마치 그의 속임수를 꿰뚫어 보는 듯이 말했다. “내 자전거 체인을 망가뜨리고 고의로 우연한 만남을 만들다니, 너는 정말 유치하구나.”
주은우는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오한이 느껴졌다.
‘얘가 박해 망상증이 있는 거 아니야?’
“상상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야? 나는 매일 방과 후에 이 길을 걸었고, 게다가 나는 저녁에 교실에서 청소하느라 너의 자전거 체인을 뜯을 시간이 전혀 없었어.”
유시영은 경멸하며 말했다. "하...”
“그러면 여기서 뭘 기다리는데? 내가 체인을 고쳐달라고 부탁하기를 기다리는 거 아니야?”
주은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어.”
“이런, 파란불이네, 나 먼저 갈게.”
유시영은 화가 나서 차갑게 소리질렀다. “거기서, 지금 당장 체인을 수리해.”
“시간이 없어.”
주은우는 자전거에 올라타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훌쩍 떠나갔다.
“너...” 유시영은 그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
마음속으로는 주은우가 자신의 자동차 체인을 고장 낸 것이 들켜서 황급히 도망갔을 것으로 생각했다.
‘정말 비열한 소인배야, 감히 인정한다면 조금이라도 봐줬을지도 몰라.’
‘그따위 정신력으로 날 손에 넣으려, 꿈 깨.’
속으로 욕을 하던 유시영은 어쩔 수 없이 작은 나무 막대기를 들고 자동차 체인을 잡아당겨야 했다...
주은우는 자전거를 타고 버킷 가든 단지에 도착했다.
그러자 교복을 입고 분홍색 가방을 메고 문 앞에 서 있는 여학생이 보였다.
반장이었다.
“주은우.” 도시아는 연신 손을 흔들었다.
“반장, 왜 여기까지 왔어?” 주은우는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시아는 가방에서 수학책을 꺼냈다. “주은우, 네가 말한 그 문제를 내가 풀었어.”
“뭐?”
주은우는 입꼬리를 살짝 실룩였다. “반장, 내일 다시 말해줘도 돼.”
“안 돼, 이거 봐...”
도시아는 당당한 눈빛으로 펜을 꺼내 그에게 설명했다.
두 사람은 입구의 받침돌 위 앉아 한참 동안 연구했다.
장보고 지나가던 어머니가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 “이렇게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는 드물어.”
주은우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흘겼다.
도시아의 설명에 따라 주은우는 문득 크게 깨달은 느낌이 들었다.
수학은 이렇게 방법 하나를 알게 되면 다른 것도 알게 된다. 비록 이 문제가 수능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이 문제를 풀면 그는 이미 더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알 수 있다.
“반장, 괜찮은데.” 주은우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도시아의 얼굴에도 득의만면한 미소가 번졌다.
“참, 반장 집이 여기서 꽤 멀지? 이따가 어떻게 돌아가? 내가 데려다줄까?” 주은우가 물었다.
도시아가 자기 일을 위해 특별히 달려왔는데, 아무래도 여자 혼자 밤길을 걷게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니야, 됐어.” 도시아는 손을 내저었다.
주은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도시아가 재벌 2세라는 것을 깜박했다고 생각했다.
도시아는 수학책을 가방에 넣다가 갑자기 물었다. “참, 주은우, 내일 원서 내는 날인데 어느 대학에 지원할 거야?”
“강성대학교.”
그 말을 들은 도시아는 실망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유시영 때문이야?”
주은우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도시아는 얼굴빛이 조금 누그러지더니 단순한 웃음을 띠며 기대 섞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나 먼저 갈게, 앞으로 모르는 문제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알았어.”
주은우는 그녀가 가방을 메는 것을 보고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강성대학교는 그저 평범한 대학교일 뿐이다.
도시아의 학업성적으로 SKY는 몰라도 명문대 정도는 문제없을 것이다.
“습...” 도시아가 동네 입구로 달려와 자신에게 문제를 푸는 것을 떠올린 주은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어. 난 도시아랑 엮일 일이 없잖아.’
자신이 좀 오버했다는 생각이 들어 도시아를 향해 말했다. “반장, 난 나 자신을 위해 강성대학에 지원하려는 거야.”
“어제 보니 남을 위해 내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더라고.”
“너나 나나 이건 알아야 해. 언제든지 우리는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해.”
도시아는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주은우는 그녀를 향해 손을 내저으며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환생하면서 그는 자신의 삶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아래층에 도착해서 웃는 듯 말 듯 한 아주머니를 보았다.
주은우가 다가가 물었다. “충분히 봤어요?”
“그래.”
어머니는 주은우의 어깨를 덥석 껴안고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아들, 엄마한테 말해봐. 아까 그 여자애 누구야?”
“말해도 모르잖아요.”
“그 여자애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