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박시후는 들고 있던 서류를 가볍게 쓰레기통에 던지더니 창가로 가서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천천히 타들어 가는 담배 끝에 재가 쌓여갔고 니코틴 덕분에 초조했던 마음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강리아와 얽힌 일만큼은 이상하게 평정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늘 차분함을 잃지 않던 자신이 왜 그녀 앞에서만 이렇게 흔들리는지 답답했다.
어쩌면 단순히 본능적으로 그녀를 떠올리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지난 2년 동안 강리아는 계속 그 방면으로 그를 홀려왔으니까.
그는 담배를 비벼 끄고 쓰레기통에 던졌다.
‘강리아가 저지른 잘못을 왜 내가 떠안아야 하지?’
블루오션 디자인 팀.
강리아는 허나영이 임무를 줄 때까지 기다리라는 김유정의 조언을 과감히 무시했다.
비록 직장 경험이 전무하지만 어려움이 닥쳤다고 피하는 건 그녀의 성격이 아니었다.
하여 강리아는 책상을 정리한 뒤 마음을 가다듬고 곧바로 허나영영을 찾아갔다.
허나영은 검은 뿔테 안경에 단정한 단발머리로 노련한 분위기를 풍겼다.
“팀장님,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강리아가 조심스레 묻자 허나영은 매서운 눈길을 던졌다.
그 눈빛에는 대화를 차단하려는 기운이 역력했다.
“강리아 씨 맞죠?”
허나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직설적으로 말하죠. 난 강리아 씨가 내 조수로 일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나갈 수 있어요?”
직설적인 허나영의 말에 강리아도 단호히 답했다.
“안 됩니다.”
이미 계약서에 서명한 이상 그녀가 실수를 하거나 먼저 사직하지 않는 한 회사를 나갈 일은 없었다.
소중히 얻은 이 기회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좋아요.”
허나영은 차가운 표정으로 구석에 쌓인 파일 더미를 가리켰다.
“그럼 저기 있는 자료를 전부 정리하세요. 다 끝내기 전엔 퇴근하지 말고요.”
강리아는 허나영이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구석에 사람 키만큼 쌓인 자료 더미는 먼지가 잔뜩 내려앉아 오랜 시간 방치된 것처럼 보였다.
자료들이 유용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강리아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그곳으로 다가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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