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장
박시후가 그녀의 기분이 저조한 걸 눈치채고 그녀를 즐겁게 해주려 한다는 말이 강리아에게는 도무지 와닿지 않았다.
[신경 써 준건 고마운데 시후 씨 위로는 필요 없으니 저녁은 됐다고 전해줘요.]
강리아는 단호한 얼굴로 손정원에게 거절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가 박시후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의 집에서 그와 평화롭게 지내는 것뿐이지 이런 식의 연기 같은 건 어울려줄 생각이 없었다.
“왜 그래?”
작품을 감상하던 서유준이 고개를 돌려 강리아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사람들에 의해 밀리지 않도록 그녀의 등과 벽 사이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계속해서 봐요.”
강리아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여기 꽤 크네요. 우리 얼른 다 보고 점심 먹으러 가요. 오늘은 내가 살게요.”
서유준은 그 말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마. 오늘은 선수 안 칠 테니까. 나한테 점심을 살 기회를 줄게.”
“하하, 오늘도 선수 쳤으면 앞으로 오빠 도움은 안 받으려고 했어요.”
강리아가 소리 내 웃으며 장난 섞인 말을 건넸다.
...
시온 그룹.
손정원은 강리아의 말을 차마 입으로 전달할 용기가 없어 아예 휴대폰을 박시후에게 건넸다.
박시후와의 저녁 약속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강리아는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거절의 메시지를 보내왔고 게다가 단순한 거절도 아닌 뼈가 있는 듯한 말을 보내왔다.
박시후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다 읽은 순간 사무실에 음산한 침묵이 흘렀다. 게다가 창문이라도 연 것처럼 한기도 감돌았다.
손정원은 손끝을 파고드는 냉기에 괜히 몸을 움찔 떨었다.
“지금 나랑 뭐 하자는 거지?”
박시후가 기가 막힌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휴대폰을 다시 손정원에게 건네주었다.
“기껏 위로해주려고 했더니 호의를 이렇게 받아?”
“동생분 일로 기분이 안 좋아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보냈을 수도 있어요.”
손정원은 서둘러 그럴싸한 변명을 댔다.
박시후는 강리아가 이혼 얘기를 꺼냈던 그 날부터 시도 때도 없이 포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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