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입학식이 끝난 후 연나은은 고모네 가족을 배웅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문득 고개를 들자 그녀의 시선은 익숙한 눈빛과 마주쳤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를 완전히 놓아준 이후로도 연나은은 진시준을 볼 때마다 괜스레 부모님께 잘못을 들킨 것 같은 죄책감이 밀려왔다.
예전에 몰래 엄마의 목걸이를 친구에게 줬다가 걸렸을 때 느꼈던 그 감정과 똑같았다.
‘이게 바로 어른들 앞에서 느끼는 압박감이란 걸까?’
눈앞에 딱 마주치니 모른 척하고 지나갈 수도 없어서 연나은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삼촌, 여긴 어떻게 왔어요?”
연나은의 피하는 듯한 눈길을 보며, 진시준의 가슴 속에는 또다시 아릿한 통증이 번졌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억지로 차오르는 감정을 눌러내리며 태연한 척 대답했다.
“입학식이 궁금해서 와봤어.”
그러자 연나은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더 이상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이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만이 흐를 뿐이었다.
침묵 속에서 캠퍼스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던 진시준은 이 적막함을 견디기 힘들었는지 대화를 시도했다.
“왜 조형을 전공했어? 넌 그림을 좋아했잖아. 계속 전공을 살려서 더 공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말에 연나은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더니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업계 블랙리스트에 올라버려서요. 다른 길로 가보려고요.”
진시준은 그제야 연나은의 표절 사건이 떠올랐다.
밀려드는 죄책감이 그의 가슴을 짓누르며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해졌다.
몇 분간의 침묵 끝에 그는 겨우 용기를 내어 한마디 꺼냈다.
“미안하다.”
하지만 그 사과는 너무나 늦어버렸다. 너무 늦어서 연나은은 더 이상 그 말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자신을 길러준 은혜를 생각하면 그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인 지라 연나은은 그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다 지난 일이에요. 조형도 좋아요.”
정말 다 지난 일일까.
사실 진시준은 이제 와서 진실을 밝힌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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