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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경성에 도착하자마자 사표가 반려된 진시준의 비서 송여진이 직접 차를 몰고 마중 나왔다. 그리고 이번 일을 겪으며 그녀 또한 많은 걸 깨달았다. 이제는 묵묵히 일할 뿐, 마음속엔 오직 자신의 상사와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연나은밖에 없었다. 이틀 동안 결혼식 파토 소식 때문에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지만, 그녀는 입을 꽉 다물고 한 마디도 흘리지 않았다. 이제 대표님이 돌아왔으니, 그녀가 지고 있던 무거운 부담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어 기분이 한결 가벼웠다. 하지만 유일한 문제는 대표님의 기분이 영 좋지 않아 보여 보고할 때 목소리를 최대한 낮췄다. “대표님, 결혼식은 취소되었지만 주미나 씨가 계속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어제는 짐까지 싸들고 와서는 나은 아가씨가 쓰던 방에 들어가 살고 있답니다.” 이 말을 듣고 진시준은 곧바로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 “저택으로 가.” 그러자 송여진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이게 제일 중요한 사안이라 가장 먼저 보고하길 잘했어!’ 한편, 차가 저택에 들어서자 집사가 허리를 굽힌 채 다가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진시준은 손을 휙 내저으며 2층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아침 9시라 침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문 손잡이를 돌려 열었다. 그리고 침대 위엔 사람이 잠들어 있었다. 갑자기 침실에 덩그러니 놓인 물건들을 본 진시준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짐이랑 사람 전부 끌어내.” 눈치가 재빠른 집사는 즉시 가정부 여덟 명을 데리고 들어가 이불을 통째로 말아 사람을 들어 올렸다. 이 순간 갑작스러운 공중부양의 느낌에 꿈에서 깨어난 주미나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몸부림쳤다. “뭐 하는 거야? 누가 내 방에 들어오랬어? 나가!” “네 방이라고? 여긴 나은이 방이야!” 주미나는 진시준의 깊고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서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여전히 입에서 막말을 내뱉었다. “우린 곧 결혼할 거잖아.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 연나은은 고작 입양아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안방에서 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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