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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진서국?’ ‘내 기억이 맞다면 나은의 고모가 진서국으로 이민 갔을 텐데?’ 그는 문득 보름 전 연회에서 걸려온 그 전화가 생각났다. 그 당시 당황하던 연나은의 표정을 떠올리니 진시준은 대충 짐작이 갔다. 밤새 걱정과 절망과 고통을 넘나들던 그는 이 순간 모든 감정이 분노로 뒤바뀌었다. 진시준은 은행카드를 꽉 잡고 기세등등하게 밖으로 나갔다. 송여진이 바짝 따라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거죠?” 진시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세 글자를 내뱉었다. “진, 서, 국.” 송여진은 재빨리 가장 빠른 항공권으로 끊었다. 무려 12시간을 비행하는 동안 진시준은 단 한숨도 안 잤다.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고 많은 화면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며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다. 7살 연나은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놀러 갔을 때 그는 기쁜 마음이었다. 11살 연나은을 대신해 그녀 부모님의 장례식을 치러줬을 때 그는 연민의 감정이었다. 13살 연나은과 함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미소를 되찾았을 때 그는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17살 연나은의 고백을 받았을 때 그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20살 연나은이 서서히 침묵한 성격으로 변해갈 때 그는 속상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지금 21살 연나은이 그의 곁을 떠나려고 한다. 진시준은 버림받은 분노와 절망으로 휩싸여 있다. 그녀가 왜 떠나는지 이해는 되지만 막상 떠났다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도 없고 또 왜 그토록 먼 곳까지 가버린 건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이렇게 멀리 떠나가버리면 진시준은 더는 그녀를 만나기 어려워질 테니까. 어젯밤 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일말의 망상을 품고 있었다. 주미나와의 거짓 결혼을 이용해서라도 나은이의 비현실적인 염원을 싹을 잘라버리고 늘 그래왔든 양녀 신분으로 얌전히 그의 곁에 남겨둘 생각이었다. 다시 가족으로 지낼 수만 있다면 그녀와 영원히 안 헤어질 줄 알았다. 진시준은 미래만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눈앞의 현실을 소홀히 했고 연나은이 얼마나 고집스럽고 통제 불능의 아이인지 외면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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