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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소지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야근한다던 사람이 왜 여기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송민우는 팔에 꽃다발을 안고 있었는데 연해리 병문안을 온 것 같았다. 소지연은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고 심판을 기다리기라다도 하듯 그대로 멍해 있었다따. 그런데 송민우는 그녀를 무시하고는 그녀를 지나쳤고 그녀한테 더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는 고성호 앞으로 갔다. "어머님 보러 왔어." 고성호는 송민우를 쳐다보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너도 들었지? 저 여자는 저렇게 밝히는 여자야." "모두 그냥 놀면서 자기가 원하는 걸 얻는 것 뿐이지." 송민우가 말하자 소지연은 더 듣지 않고는 빨리 도망갔다. ... 소지연과 송민우의 관계는 또 얼어붙었다. 만약 전에는 그저 기온이 떨어진 것 같았다면 이번에는 완전히 얼음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송민우는 마치 소지연의 세상에서 사라진 듯 한 번도 소지연한테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그녀를 도와 집을 구한다던 일도 그렇게 끝이 났다. 소지연은 송민우를 포기하고 혼자서 방법을 생각하려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해가 지났다. 봄이 되자 새 학기가 되었고 소지연은 해윤대로 갔다. 캠퍼스 분위기는 소지연으로 하여금 당분간 숙모가 그녀한테 보여준 그런 삶에서 벗어나게 했다. 소지연은 학교에서 수업하는 게 너무 좋았다. 그날 시간이 끝나고 누군가 낯선 번호로 소지연한테 송민우 사진을 보냈다. 사진 속에 있는 송민우는 여자 파트너를 데리고 자선 경매에 참석했고 그는 매너 있게 파트너한테 목걸이를 걸어주었는데 위에 있는 보석이 아주 이목을 끌었다. "이건 송민우의 제일 최근 맞선 상대야, 완우 제약의 딸이야, 두 가문에서 멀지 않아 약혼할 거야, 송씨 가문 사모님이 될 생각 하지 마." 그 말투는 생각하지 않아도 고성호가 뻔했다. '나한테 고발하기 위해 새 번호까지 구하다니, 도련님 참 애썼네.' 소지연은 바로 그 번호를 차단했다. 그녀는 고성호가 있는 그룹의 단톡방을 열었다. 안에는 열 몇 명이 있었는데 모두 고성호랑 친한 사람들이었다. 허수원, 우지훈도 모두 단톡방에 있었고 송민우도 당연히 있었다. 그때 고성호랑 소지연이 사귈 때, 고성호는 소지연을 단톡방에 넣었고 당당하게 소지연이 자기 여자라고 공개했다. 소지연은 단톡방에서 별로 말하지 않았기에 이 단톡방이 있다는 것도 까먹었고 그래 인해 고성호와 헤어지고도 단톡통방에서 퇴출하지 않았다. 기록을 위로 올려보니 모두 그들이 송민우와 맞선 상대를 놀리는 말들이었다. 허수원: 민우야, 맞선을 그렇게 싫어하던 애가 이번엔 맞선 보겠다고 했다니, 왕씨 가문 딸이 아주 마음에 들었나 봐? 우지훈: 두 사람이 쌍으로 자주 드나들던데, 우리 혹시 축하주 마시는 거 아니야? 송민우는 반응이 미지근했고 뭐라고 반박하지 않았고 그저 두 사람이 아직 알아가는 단계라고 했다. 소지연은 마음이 아주 담담했다. 그녀는 송민우가 언젠가는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 두 가문에서 약혼하게 되고 업계에서 모두 그 소식을 알게 되면 소지연은 송민우를 이용해서 숙모랑 시간을 끌 수 없게 되었다. 소지연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건 단톡방에 새 멤버, 신인아가 들어온 거였다. 소지연이 바람 피운 것도 아닌데 지금 처지가 아주 난감했다. 그녀는 얼른 단톡방에서 퇴출했다. 그녀도 무조건 송민우한테 목 매는 건 아니었다. 이 사람이 안 되면 다른 사람으로 갈아타야 했다. 바람둥이의 기본 수양이 바로 절대 싸움에 연연하지 않는 거였다. '집 구하는 건, 아마 안 될 것 같네. 소지연은 학교를 나와 숙모 집으로 갔다. 심미자가 그동안 해외에서 출장하고 있었고 집에는 소장현이랑 잠시 묵으러 온 심씨 가문의 먼 사촌 오빠가 있었다. 소지연은 그 사촌 오빠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매번 소지연을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보았기에 소지연은 아주 불편했다. 식사를 하고 나서 소지연은 먼저 위에 올라가 휴식했고 사촌 오빠는 아직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소지연은 뒤에서 누군가 자기를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고 등골이 오싹해 났다. 소지연의 그 느낌에는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에 그녀가 속옷 몇 벌을 잃어버렸는데, 다음 날 하인이 사촌 오빠가 있던 객실을 청소하다가 그 방에서 그녀가 잃어버린 속옷을 찾았다. 소지연이 사촌 오빠한테 따지러 갔지만 그는 아니라고 했고 심미자도 사촌 오빠를 도와 전에 소지연이 방을 수리하느라 객실에서 살았을 때, 자기 옷을 객실에 두고 간 거라고 했다. 그 후로 소지연은 자기 물건을 잘 챙겼고 방도 잠갔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와서 문을 잠그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늦은 밤, 소지연은 갑작스러운 번개 소리에 잠에서 깼다. 눈을 뜨니 침대 앞에 남자가 서 있어서 소지연은 기겁했다. 그림자가 그를 덮쳤고 그녀의 입을 막았다. "쉿, 겁내지 마, 오빠야." "읍읍읍...!" 소지연은 겁에 질려 그를 쳐다보았다. "밖에 번개가 쳐서, 네가 무서워할까 봐 걱정돼서 온 거야." 그때 번개가 쳤고 남자의 비열한 모습을 비췄다. 소지연은 미친 듯이 버둥거렸고 남자를 세게 물었다. 그는 분노했고 소지연을 침대로 눕혔다. "네가 삼촌이랑 숙모 다 부른다고 해도, 날 탓하지 않을 거야. 네 숙모가 널 남자한테 주려고 키웠다는 걸 모두가 다 알아." 제일 무서운 건 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거였다. 그가 오늘 밤에 소지연한테 강제로 관계를 요구해서 삼촌이랑 숙모는 결국 그를 가볍게 혼낼 거고 소지연한테 가만히 있으라고 할 것이다. 그들은 정말 소지연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소지연의 잠옷을 찢다가 갑자기 부들거리고 눈을 뒤집더니 그대로 소지연의 몸에 쓰러져 꼼짝 못 하고 기절해 버렸다. 소지연은 전기충격기를 거두고는 겨우 그를 자기 몸 위에서 밀어버렸다. 그건 그녀가 인터넷에서 산 호신용 전기충격기였었는데 계속 마음이 놓이지 않아 혹시나 해서 그걸 베개 밑에 숨겨두었다. 정말 이렇게 쓰게 될 줄 생각도 못 했다. 소지연은 겉옷을 하나 집어 들고는 비틀거리며 방을 나섰고 집을 뛰쳐나갔다. 그녀는 단 일초라도 더는 그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큰 소리로 도움을 구하면 삼촌이랑 숙모는 바로 그녀를 그 비열한 남자랑 같은 방에 가둘 것이었다. 밖에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길에는 사람이 아주 적었고 가끔 차가 다니는 정도였다. 소지연은 신발도 갈아신지 못한 채로 면 슬리퍼를 끌고 부들거리며 비 내리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갓 봄이 되었고 아직 겨울 추위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에 비를 맞자 잠옷은 옷에 달라 붙었고 면 슬리펴는 진작에 물에어 젖었다. 그녀는 너무 추웠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휴대폰도, 주민 등록증도 챙기지 않았기에 호텔도 갈 수 없었다. 소지연은 눈이 아팠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이내 빗물에 섞여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워졌다. ... 송민우는 지금 이 시간까지 야근하고서야 회사를 떠났다. 차가 달리던 중 구현우가 갑자기 "응?"하더니 말했다. "대표님, 소지연 씨 아니에요?" 송민우는 원래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 이름을 듣고는 눈을 떴다. 그는 창문으로 버스 정거장에 숨어있는 비에 젖은 그녀를 보았다. 그는 처음 이렇게 비참한 그녀를 보았다. 마치 물에서 건져낸 것처럼, 머리카락이 물미역처럼 처져있었고 완벽한 외모는 아주 처량해 보였고 입술도 추워서 시퍼레래졌다. 눈빛은 아주 공허했고 멍하니 앞에 있는 물줄기를 보고 있었다. 구현우는 송민우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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