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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장

그 시각 육태준은 하선재의 옆에 누워있었다. 그가 잠든 것 같아 보이자 아이는 몰래 워치폰을 챙기려 했다. 이따가 비행기에서 내리면 차지욱한테 연락해야 하니까. 하지만 손목을 아무리 만져보아도 텅텅 비어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입고 있는 옷을 쳐다보니 어느새 옷까지 싹 갈아입은 상태였다. 하선재의 워치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없어졌다. 아이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옆에 누운 육태준이 어렴풋이 눈을 떴다. “계속 아파?” 하선재는 그가 이렇게 바로 깨날 줄은 전혀 몰랐다. “아니요, 안 아파요. 고마워요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육태준은 이 호칭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씁쓸했다. 그는 눈앞의 아이를 그윽하게 바라봤다. “넌 이름이 뭐야?” 하선재는 고민 없이 바로 대답했다. “차선재예요.” 차선재라... 차씨 성이라면... 육태준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한편 이 아이도 대충 짐작이 갔다. 쓰레기 아빠는 분명 그와 엄마에 관한 정보를 조금 캐냈으니 이렇게 납치해가는 거겠지. 물론 아직은 절대 모든 정보를 알아낸 건 아니다.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방금 하선재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으니까. 차지욱은 줄곧 선우, 선재와 하채원의 신분에 관한 정보를 깊숙이 숨겨왔다. 육태준이 아무 말 없자 하선재가 또다시 순수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저씨, 내 이름 예쁘죠? 우리 아빠가 지어주신 거예요.” “차씨 성은 듣기만 해도 카리스마 넘치지 않아요?” 대체 어디가 카리스마가 넘친다는 걸까? 요 녀석은 컨디션을 회복하더니 또다시 육태준을 약 올리기 시작했다. “네가 왜 자꾸 배 아픈지 알아?” 육태준이 일어나며 물었다. 하선재는 몹시 의아했다. ‘설마 내 병을 안다는 거야?’ “말이 너무 많아서야. 말 많은 어린이는 배 아프기 마련이거든.” 말을 마친 육태준은 휴식실을 나섰다. 그가 밖에 나오자 허우진이 얼른 다가왔다. “대표님, 깨셨어요?” “응.” 육태준은 소파에 앉았고 허우진이 눈치껏 조찬을 시켰다. 그는 잠자코 앉아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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