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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장

하채원은 결국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너무 피곤하게 굴었던 탓인지 그녀도 피로가 몰려와 함께 잠들었다. 다음날. 눈 부신 햇살이 얼굴에 드리워졌다. 육태준은 간만에 단잠을 푹 잤다. 눈을 뜨자 하채원이 몸을 움츠리고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싸늘했던 이 남자의 눈동자는 순간 이상하리만큼 부드럽게 변해갔다. 집안에 에어컨을 튼 바람에 그녀가 몸을 파르르 떨자 육태준은 얼른 옷으로 덮어주었다. 이때 하채원이 비스듬히 눈을 떴다. 육태준의 부드러운 눈빛과 마주한 순간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름을 불렀다. “태준 씨.” 육태준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하채원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다가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너무 아픈 나머지 숨을 깊게 들이쉬었고 당황해하는 그녀를 지켜보던 육태준은 손을 내밀어 잡아당겼다. “방금 그 말투 뭐야?” “뭘요?” 하채원은 일부러 모른 척하며 흘려 넘기려 했다. 이를 본 육태준도 더 따져 묻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 “고귀한 채원 씨, 건망증이 참 심하시네.” 아침에 금방 깨났을 때 다정했던 눈빛과는 달리 지금은 한없이 차갑고 싸늘하게 변했다. 하채원은 그제야 자신이 잘못 본 걸 알아채고 눈 밑에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 그녀가 대학에 들어간 후 육태준은 육진 그룹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이 남자는 아예 딴사람으로 돌변했고 유난히 차가운 모습이었다. 이전의 다정함이라곤 더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몸에서 한기가 흘러넘칠 뿐이었다. 한밤중에 괴롭힘을 당하던 그녀를 구해주러 오는 그 육태준이 전혀 아니었다... 하채원은 처음에는 업무가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그의 성격이 점점 난폭해지는 거로 여겼다. 다만 나중에 알게 된 바로 그의 성격은 늘 이러했다. 어릴 때 하채원이 미처 그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태준 씨, 어제 이미 음식을 대접해드렸으니 집까지 배웅해드리진 않을게요.” 하채원이 말했다. 그녀는 지금 간접적으로 이 남자를 내쫓고 있다. 육태준도 호락호락한 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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