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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장

잠시 후 차가 다시 후진했다. 창문이 내려지고 육태준은 노트북을 접은 후 어두운 눈동자로 하채원을 바라봤다. 오늘 그녀는 아이보리 색상에 등이 훤히 파인 드레스를 입고 새하얀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녀의 눈부신 아우라에 육태준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다만 너무 의아할 것도 없었다. 그녀와 조아현이 육씨 저택으로 향할 때 경호원이 이미 그에게 다 보고했으니까. “여기서 또 마주치네?” 육태준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채원의 눈가에 의미심장한 기색이 스쳤다. “그러게요.” “타.” 이 남자가 간결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그러자 그녀도 거절하지 않고 그의 옆에 올라탔다. “일부러 나 찾으러 온 거야?” 이 길은 외부인들이 아예 모르는 길이다. 오직 육태준의 기사만 이 길로 운전해온다. “여기서 잊힌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지 시도해보려고요.” 하채원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둘러댔다. 이에 육태준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기사에게 말했다. “일단 우리 집으로 가.” 그가 말한 ‘우리 집’이란 육씨 가문 옛 저택에서 그가 지내고 있는 곳을 뜻한다. “네.” 하채원은 여전히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때 이 남자가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기억을 되찾겠으면 우리 신혼집부터 가봐야지.” 두 사람의 신혼집은 대산 별장에 있지만 결혼식 당일 밤은 이 저택에서 보냈다. 육태준의 방은 예전과 똑같이 단일한 색상으로 꾸며졌다. 그는 집안에 들어서더니 하채원의 앞에서 대놓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정장 외투를 벗더니 옷소매와 옷깃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헤쳤다. 화들짝 놀란 하채원은 몸이 살짝 굳어버렸다. 육태준이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몰랐던지 황급히 시선을 피하는 그녀였다. 한편 육태준은 그런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는데 어느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육태준은 일부러 그녀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왜 날 안 봐? 못 보겠어?” “기억 되찾고 싶지 않은 거야?” 그 남자는 강렬한 시선으로 하채원을 훑어보았다. 하채원은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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