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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이것은 틀림없이 우연의 일치야! 그럴 거야!’ 만약 자신을 구한 것사람이 하채원이라면 왜 한 번도 그녀에게 이런 말을 듣지 못했겠는가. 그리고 만약 그녀라면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이 그녀에게 한 일은... 김도영은 하채원의 검사 보고서를 닫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가서 밤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이튿날 아침, 김도영은 배다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은 씨, 우리 잠깐 만나요. 할 말이 있어요.” 개인 레스토랑의 룸. 배다은은 정교한 화장을 하고 들어왔는데 종업원이 다가가서 그녀의 외투를 받았다. 김도영의 시선은 그녀의 하얀 두 팔에 떨어졌는데 그녀의 팔은 매우 매끄럽고 흉터가 없었다. 4년 전, 그의 차가 사고를 당했는데 그는 차 안에 끼여 의식이 혼미하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때 한 소녀가 위험을 무릅쓰고 깨진 유리창 사이로 손을 뻗어 강제로 문을 열었다. 손을 뻗는 순간 깨진 유리창에 그녀의 팔이 깊숙이 긁혔고, 원장은 그 상처는 아무래도 꿰매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니까 복원한다고 해도 흔적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김도영의 시선을 마주한 배다은은 왠지 당황했다. “도영 씨, 할 말이 있다면서요? 무슨 일인데요?” 김도영은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두더니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하채원이 죽었어요.” 배다은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곧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요? 왜 이렇게 갑자기 죽었어요?” 그녀는 입으로는 놀라고 믿지 못한 듯 말했으니 마음속으로는 지금까지 없었던 후련함을 느꼈다. 하채원 죽었으니 그녀와 육태준 앞에 가로막혔던 마지막 장애물도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늘에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렸는데 응급처치 중 죽었대요.” 김도영은 와인잔을 들고 가볍게 흔들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술을 마시던 중 유리잔을 사이에 두고 배다은의 얼굴에 미소가 살짝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사라지는 걸 보았다. “그럴 팔자인가 봐요.” 배다은은 한숨을 쉬었다. “태어나자마자 남들이 평생 따라올 수 없는 삶을 살았고, 이후 집안의 권세를 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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