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5장
서지훈은 그녀에게 애정 어린 말을 한 적이 없었고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10년 전 서지훈이 앞을 보지 못할 때 강아영은 마음속으로는 그를 좋아했지만 부끄러워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서지훈과 결혼한 건 그 사랑에 대한 최대의 집착이었다.
강아영이 그를 진심으로 사랑할 땐 그녀를 미워했고 실망감에 모든 걸 내려놓았을 땐 서지훈이 되레 매달렸다.
그동안 두 사람은 한 번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적이 없었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다.
강아영은 이미 다 지나간 일이라 서지훈이 무슨 말을 하든 무엇을 하든 아무렇지 않게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서지훈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고 했다.
서지훈의 목소리가 어찌나 낮은지 귀를 기울이고 듣지 않으면 바람에 휙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 강아영은 똑똑히 들었다. 돌멩이 하나가 잔잔한 호수 면에 떨어지듯 마음이 일렁거렸고 심지어 한바탕 크게 울고 싶었다.
“그러니까 그때 원래의 너만 좋아한다는 말은 틀린 거야. 널 찾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거나 너랑 비슷한 면이 있는 사람을 사랑했다면 그렇게 말해도 되지만 그게 아니잖아. 날 모함하고 나한테 굽신거리지 않아도 난 널 사랑했어. 안 그래?”
강아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서지훈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지금 이 순간 날씨도 좋지 않고 주변 환경도 별로였다. 강아영은 그의 말에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너무 늦은 것 같으면서도 알맞는 타이밍인 것 같기도 했다.
“사람이 왜 이렇게 속이 좁아요? 그걸 똑똑하게 기억해서 몇 년 후에 골탕 먹이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강아영이 시선을 피했다.
서지훈은 씩 웃으면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예전에는 서로의 소통 방식이 잘못돼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켰다.
강아영이 피하자 서지훈은 그녀를 살포시 끌어안았다.
“좀 자. 날 나무라 생각하든 벽이라 생각하든 다 좋으니까 몇 시간이라도 눈 붙여.”
“안 졸려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