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장
서지훈의 이런 반응은 강아영에게 의아함과 실망감을 동시에 안겨줬다.
강아영은 문득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강승호는 서지훈을 집에 데려오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강아영은 서지훈을 아버지의 비서인 장은우의 집에 숨겨두고 혼수 상태의 그를 돌봤다.
서지훈은 깨어난 후 눈을 다쳐서 앞을 볼 수 없었고, 성격도 난폭해져서 집에서 들려오는 자그마한 소리에도 불같이 화를 냈다.
그 후 조금 나아지고 안정을 되찾은 서지훈에게 강아영은 답답한 마음을 달래줄 겸 자기가 가진 꿈을 이야기 해줬다.
그녀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강아영은 자기의 꿈을 말해주었지만, 그녀가 했던 말이나 행동은 결국 혼자만의 기억이 되었다.
서지훈이 이 그림이 그녀가 그린 것인지 물어보는 것도 조금은 가소로워 보였다.
결혼한 지 3년 동안, 서지훈은 왜 이 그림을 굳이 그에게 주려고 고집했던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그 당시 서지훈은 강아영을 끌어안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이었든, 아니면 그저 외로움을 견디기 위한 거짓말이었든 간에 말이다.
많은 일을 겪어온 강아영에게 그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잊어버렸다면 그녀도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낼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어색함과 갈등만 쌓일 뿐이니까.
“아니요.”
강아영은 말하며 그를 밀어내고, 창가의 소파에 가서 앉았다. 서지훈의 눈 속에 비친 실망을 그녀는 보지 못했다.
이 세 글자가 서지훈을 일깨웠다.
서지훈의 마음에 시린 바람이 불었다.
정말 미친 것 같았다. 분명... 강아영의 그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했던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서지훈은 조민재가 조사한 증거를 믿지 않고, 자신의 직감을 믿으려 한 것이었다.
그저 ‘아니요’라는 말에 안도할 따름이었다.
강아영에게 그렇게 많은 고통과 난처함을 주었는데, 만약 정말 강아영의 그림이었다면 서지훈은 어떻게 그녀를 마주해야 한단 말인가.
강아영이 느낀 처음의 흥분은 순식간에 사라졌기에, 그녀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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