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그는 한 마디로 바로 내 약점을 잡았다. 나는 입을 뻥긋거렸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현우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순간 내가 고현우를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 속, 학창 시절의 고현우는 아주 화려했고 부진성과 같이 교성대의 쌍벽이었다. 두 사람은 외모든 인품이든 가문이든 능력이든, 모두 출중했기에 그 둘을 좋아하지 않는 여학생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 심지어는 전에 내가 고현우를 짝사랑했던 그 시간까지 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고현우는 내가 반박하지 않자 가볍게 안도의 숨을 쉬었고 다가와 나를 안고는 가볍게 다독였다.
"나랑 육지연 진짜 아무 사이 아니야, 나 믿어줘..."
내가 그를 밀어내려고 하는데, 고현우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번호를 보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또 육지연이었다.
"받아."
나는 고현우의 품에서 헤어 나왔다.
실망이 거듭되다 보니 이젠 아무 느낌도 없었다.
10년이 넘는 감정을 없애는 게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
하지만 고현우는 받지 않고 미간을 찌푸리고 전화를 꺼버렸다.
하지만 육지연이 쉽게 포기할 리가 없었다.
그녀가 전화를 계속 걸었고, 고현우는 계속 전화를 끊어버렸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왜인지 우스웠다.
육지연이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을까, 나는 아예 휴대폰을 꺼내 깔끔하게 끊어버리고 그녀의 번호를 차단해 버렸다.
고현우는 멍하니 나를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
"이제 조용해졌네."
내가 육지연을 차단했는데 고현우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늘 일은 내 잘못이야, 말도 안 하고 널 혼자 병원에 두고 가지 말아야 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고현우의 나를 달래려는 듯 목소리가 아주 나른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 모습에 분명 기뻐했을 텐데, 지금은 피곤함밖에 남지 않았다.
엄마가 더는 충격을 받으면 안 되었기에, 나는 지금 그저 고현우와 무사히 결혼식을 올려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고현우, 다음은 없어."
내가 용서하자 고현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무조건, 절대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
결혼식이 긴장하고도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한테 보상하려고 그러는지, 고현우는 며칠 동안 집에서 나와 함께 있었고, 청첩장도 고르고 선물들도 골랐다.
그리고 그동안, 육지연은 아무런 행동이 없었고 고현우한테 전화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가 차단당해서 그런 것일 수 있었다.
너무 조용하니까 오히려 이상한 것 같았다.
하지만, 진짜 그렇게 가만있으면 육지연이 아니었다.
결혼식 3일 전, 그녀가 시아버지 차를 타고 고씨 저택에 왔다.
"오늘 길에 지연이 만났어, 그래서 도와달라고 같이 왔어..."
시아버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연아, 앉아, 뭐 마실래? 가져오라고 할게."
육지연도 소파에 앉아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안 그러셔도 돼요, 전 그냥 도와주러 온 거예요, 이러지 마세요."
나는 옆에서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도와줘?
엿 먹이러 왔겠지.
나는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돌려 고현우를 그가 무슨 반응인지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머리를 숙이고 패드를 보며 열심히 결혼식 음식을 고르고 있었는데 마치 육지연을 못 본 듯했다.
나는 고현우의 바뀐 모습에 깜짝 놀랐다. 전에는 육지연이 유리에 손만 베어도 긴장해서 난리였기 때문이었다...
"이거 어때? 어머님이 이걸 좋아하시던데."
내가 멍때리고 있는데 고현우가 패드를 내 앞에 내밀었다.
"이거 매워, 엄마 지금 못 드셔..."
육지연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현우야, 내가 학교 다닐 때 이걸 좋아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네."
고현우는 입술을 오므리고 머리를 들어 싸늘하게 말했다.
"너한테 안 물었어,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육지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싫은데, 네가 뭔 상관이야!"
고현우는 여전히 냉담한 표정을 지었고 그녀를 무시했다.
하지만 육지연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 설마 아직도 화가 안 풀린 거야! 며칠 전에 그냥 농담한 거잖아, 학교 다닐 때도 그랬었잖아, 그때는 이렇게 화내지 않더니, 결혼했다고 이러는 거야?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네가 남자 아니겠지!"
고현우는 화가 나서 말이 헛나갔고 그 말에 육지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난 당연히 남자가 아니지, 하하하!"
그건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모습 같았고 장난치듯 말다툼을 많이 하는 것 같았고 내가 외인 같았다.
"하윤아, 방에 가자."
내가 씁쓸해하고 있는데 고현우가 내 손을 잡고 일어섰고 육지연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나는 멍해서 고현우한테 끌려 방으로 걸어갔다. 가면서 참지 못하고 뒤돌아봤는데 그녀가 입술을 오므리고 자리에 서 있었는데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았다!
그녀가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자 처음 속이 시원했다.
방에 도착하자 고현우는 내 손을 잡고 침대에서 계속 음식을 골랐다. 잘생기고 훤칠한 그를 보자 다시 마음이 흔들렸다.
"무슨 생각해?"
고현우는 내가 한참 말이 없자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힘들어? 고르기 싫으면 엄마한테 하라고 할까?"
"응."
이런 일은 시어머니가 경험이 더 많았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현우가 패드를 옆에 던지자 나는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말했다.
"결혼식 끝나고 나랑 병원 가자, 나 건강검진 하고 싶어."
만약 결혼식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가 고 사모님이라는 신분이 세상에 알려지는 거였다. 지금처럼 고씨 가문의 친척들만 아는 사모님이 아니라 모두가 알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임신 소식을 알려 기쁨이 배로 되게 하려고 했다.
"그래."
고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의학이 발달했으니까 몸조리 잘하면, 우리 하윤이 임신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면 내가 임신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아빠가 된다는 걸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입꼬리가 올라갔고 그를 보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