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장
박정원은 임예지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아버님, 그림이라면 예지도 잘 그려요. 국내 대회에서 입상도 몇 번 했는 걸요. 아버님이 원하는 그 그림 예지도 그릴 수 있을걸요.”
“아니. 저 아이는 못해.”
“할아버님.”
임예지가 아부 섞인 미소를 지었다.
“한 번 하게 해주세요. 제 실력이 아무리 부족해도 서우가 왼손으로 그리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박정원이 곁에서 거들었다.
이때 살짝 눈동자를 굴리던 임예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서우도 참.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손목을 그어 자살할 생각을 했는지.”
“뭐라고?”
그 상처가 자살 기도로 인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박정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 서우가 얘기 안 했어요? 제가 말실수를 했나 봐요. 그냥 모르는 척 해주세요.”
임예지는 짐짓 자책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가뜩이나 임서우가 눈엣가시였던 박정원은 며느리가 더 싫어졌다.
“그래. 행여나 소문이라도 나봐. 우리 집안 체면이 어떻게 되겠어.”
“그만 좀 해! 네가 네 아들 제대로 키웠어 봐. 서우가 그런 짓까지 했겠어?”
지금 이 순간, 임서우를 안쓰럽게 여기는 건 강주호뿐이었다.
어찌나 절망스러웠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싶었으니까.
“하성이가 무슨 짓을 했는데요. 서우 걔가 그 난리만 안 피웠어도 우리 하성이 걔랑 결혼할 일 없었어요.”
“얘기 끝났으면 이만 나가봐. 난 좀 쉬어야겠으니까.”
이때 마침 임서우가 방문을 두드렸다.
“얼른 나가래도. 수발은 서우가 들면 돼.”
그제야 박정원과 임예지는 불만 섞인 표정으로 돌아섰다.
“잠깐, 저것들 다 가지고 나가. 난 필요없으니까.”
강주호는 임예지가 챙겨온 선물을 가리켰다.
“예지가 정성 들여 챙겨온 건데...”
“됐다고. 그렇게 좋은 거면 에미 너나 챙겨먹든가.”
“어머님, 괜찮아요. 제 선물이 마음에 안 드셨나 보죠. 다음엔 다른 걸로 사올게요.”
“필요없다니까.”
임예지는 애써 미소 지으며 물건을 챙겼지만 강주호의 태도는 차갑기만 했다.
방문을 나선 박정원과 임예지는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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