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장
그림 속에서 고래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뛰어오르고 있다. 눈부신 햇살 아래 고래가 뿜어낸 물이 무지개로 변하여 몽환적인 광경을 이뤘다.
한편 고래의 뱃속에서 따뜻한 집 한 채가 나타났다.
검푸른 밤하늘 아래, 정교하고 예쁜 집에 로맨틱한 정원까지 마련되어 있었고 한 가족이 단란하게 모닥불을 피웠다.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부터 강주호는 임서우가 남들이 말하는 약아빠지고 재물을 탐하는 아이가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착한 아이라고 확신했다.
“할아버지, 우리 시작할까요?”
임서우가 선뜻 제안했다.
처음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거라 그녀도 나름 긴장했다.
“그래.”
어르신은 머리를 끄덕이고 꿈에서 봤던 장면을 서술하기 시작했다.
꿈에서 본 장소는 깊은 숲속의 호수가 옆이고 주위는 온통 알록달록한 꽃과 나무, 심지어 나비처럼 생긴 작은 요정들도 있었다.
임서우는 곧장 머릿속에 대체적인 모습이 떠올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획을 그릴 때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녀는 꼭 마치 금방 연필을 잡는 어린아이처럼 아무런 기교도 없이 서툴기 그지없었다.
“할아버지.”
임서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 될 것 같아요.”
“얘는! 서두를 거 없다.”
강주호가 차분하게 말했다.
“처음 오른손으로 펜을 잡을 때를 생각해봐. 그때도 금방 완벽하게 그림을 그렸었어?”
임서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니까 천천히 해. 할아버지가 함께해줄게.”
강주호는 묵묵히 그녀를 응원했다.
“고마워요, 할아버지.”
임서우는 마음이 한결 진정되고 다시 조금씩 시도해 봤다.
실패할 때마다 할아버지가 응원해주어 투지가 불타올랐다. 그녀는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서우야.”
강주호가 어느새 디저트를 한 그릇 챙겨왔다.
“먹고 좀 쉬어.”
임서우도 진작 허기졌다.
“고마워요, 할아버지.”
그렇게 두 사람은 디저트를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할아버지, 저 오후에 잠깐 어디 다녀올게요.”
임서우는 늘 황이진이 마음에 걸려 병원에 다녀오고 싶었다.
“그래. 얼마든지 다녀와. 나랑 얘기할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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